아버지뻘이라면서 쇠파이프로는 왜 때리시나요?

목용재 기자
입력 2015.11.20 08:49
수정 2015.11.20 10:55

'민중총궐기' 출동 20대 의경들 "욕설에 발길질 당해"

"끌려갔을 때는 솔직히 두려웠다 동료들 구해줘서 다행"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하고 청년실업, 쌀값 폭락, 빈민 문제 등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하고 청년실업, 쌀값 폭락, 빈민 문제 등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하고 청년실업, 쌀값 폭락, 빈민 문제 등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시위대가 '아들뻘인 녀석이 왜 우리 앞길을 막느냐'면서 욕설을 퍼부으며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저희가 의경이라는 것을 아시면서도 그렇게 폭력을 행사하시니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듭니다." -서울경찰청 1기동단 14중대 박모 일경(22)

14일 시위대와 직접 마주했던 22세의 박모 일경은 "아버지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민중총궐기'가 진행된 당일 세종로 원표 공원으로 파견 나간 박 일경은 시위대에 의해 끌려간 경찰 버스로 인해 생긴 틈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가 시위대 일부가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다리를 가격 당했고, 하반신을 시위대에 의해 수차례 가격 당했다.

박 일경에 따르면 당시 그는 쇠파이프를 든 시위꾼에게 다리를 가격 당했으며 또 다른 주변 시위꾼 3명에게 '발길질'을 당했다. 당시 박 일경은 7~8명의 의경들과 함께 차벽의 틈을 메우기 위해 나섰다가 잠시 동료들과 떨어지면서 시위대에 의해 '봉변'을 당했다.

박 일경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구멍이 생겨서 지원을 나갔다. 원래 2인1조로 움직이게 돼있는데 인원이 부족해 혼자 돌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그러면서 시위대의 타깃이 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세네명 정도가 큰 나무토막을 저한테 던졌고 쇠파이프로 내 다리를 가격했다. 발차기도 수차례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열에서 잠시 멀어지면서 벌어졌던 상황인데 시위대가 'XX들아 아들뻘인데 우리를 막아서 이로울게 뭐있냐'며 욕설을 하면서 폭력을 행사했다"면서 "나이 어린 의경인줄 알면서도 폭력을 행사한 것 같은데 그들을 마주하니 두려웠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4월과 5월 즈음 큰 시위 때 접해본 적이 있지만 쇠파이프는 처음 접해봤다"면서 "지난 14일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너무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 고임목 같은 커다란 나무토막이 날아왔을 때는 정말 큰 위협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또한 당시 서울경찰청 1기동단 14중대가 시위대를 마주했을 때, 방패로 시위대를 막아선 의경 한명이 시위대에 의해 2~3미터가량 끌려가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현장을 지휘한 박 모 14중대장은 본보에 "의경 한명이 시위대를 막아서다가 2~3미터 가량 시위대에 끌려갔다. 시위대 중 한 명이 이 의경을 향해 쇠파이프를 들어 올리는 상황에 다른 의경이 뛰어들어 방패로 막아 불상사는 없었다"면서 "다행히 이 두 명은 대열로 무사히 돌아왔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린사거리로 배치된 광주 1기동대 소속 모 순경(32)은 살수차에 물 공급 임무를 진행하다가 시위대가 던진 나무토막에 오른쪽 엄지손가락 부분의 힘줄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물을 공급하기 위해 살수차에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날아온 날카로운 나무토막에 부상, 전치 4~6주의 소견을 받았다.

모 순경은 본보에 "당일 일을 하다가 옆으로 각목 파편과 쇠뭉치, 돌맹이 등이 날아와서 요령껏 피하고 있었는데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날아오는 것들이 잘 안보였다"면서 "진압장비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는데 웬만한 나무토막들은 진압장비에 튕겨져 나오니 괜찮았다. 그런데 커다란 쇠뭉치가 옆에 툭 떨어지니까 '이거 맞으면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모 순경은 "왼손으로는 방패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살수차 사다리를 잡고 오르내리던 때였는데 어디선가 날카로운 각목 파편이 날아와 오른손목에 꽂혔다가 튕겨져 나가서 부상을 당했다"면서 "온전한 각목이 아니라 여기저기 불규칙적으로 깨져있어서 날카로운 나무토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버스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시위대가 우리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는 무전을 받으니 두려웠다. 꼭 누가 다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면서 "다치지 않고 상황이 종료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내가 다쳐버렸다. 오른손 부분이 움직이지 않아 현재는 깁스를 한 상태로 치료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모(42) 서울청 4기동단 41기동대 4팀장도 경찰 버스에 올라가 시위대를 저지하던 중 시위대가 던진 돌에 안면을 맞아 부상을 입었다. 그는 강북삼성병원에서 8cm가량을 꿰멘 후 경찰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경찰 측에 따르면 이번 민중총궐기 집회로 인해 경찰 측이 입은 피해는 총 113명으로 서울청 110명, 인천청 2명, 광주청 1명이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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