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머지사태는 이미 진행 중인가…유사 금융 규제 강화 필요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6.11 07:02
수정 2026.06.11 07:02

스타벅스 사태, 머지포인트 이후에도 규제 공백 속 재연된 사건

EU·중국처럼 결제·충전금·포인트에 금융규제 적용해야

플랫폼·유통사의 유사 금융에 금융소비자 수준의 보호 의무 부과

스타벅스 선불충전금 환불 논란이 확산되면서 빅테크·유통업계의 유사금융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커피 파는 은행’으로 불려온 스타벅스가 최근 ‘탱크데이’ 사태를 계기로 거대한 선불충전·포인트 비즈니스의 민낯을 드러내며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에도 비(非)금융회사의 유사 금융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특정 기업 하나의 마케팅 실패에 그치지 않고, 우리 금융규제 체계의 근본적 허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이른바 ‘탱크데이’ 이벤트였다. 스타벅스는 특정 기간 동안 대규모 충전을 유도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매달 수만 원씩 앱·카드에 돈을 채워 넣었다.


그런데 환불을 요구한 고객들이 약관에 가로막혀 ‘충전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환불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분노가 폭발했다.


이미 수천억원에 이르는 충전금·미사용 포인트를 쌓아둔 상황에서, 기업은 사실상 무이자 예치금을 확보한 반면 소비자는 자신의 돈을 마음대로 찾지 못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회사는 뒤늦게 ‘조건 없는 전액 환불’이라는 수습책을 내놓았고, 그룹 회장까지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의 신뢰는 크게 흔들린 뒤였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스타벅스가 단순한 커피 회사를 넘어, 선불 충전금과 리워드 포인트를 통해 사실상 금융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선불카드와 앱 충전금, 포인트를 합친 규모는 웬만한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의 예금에 맞먹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회계상으로는 ‘선수금’ 또는 ‘계약 부채’로 처리되지만, 사실상 소비자가 기업에 맡긴 단기 예치금이다.


그럼에도 해당 자금은 예금자 보호의 대상이 아니고, 은행에 적용되는 자본규제·유동성 규제·건전성 감독에서도 벗어나 있다.


‘커피 쿠폰’과 ‘리워드 포인트’라는 이름 뒤에 숨은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당 구조는 머지포인트 사태와 유사하다. 머지포인트 역시 충전형 포인트를 통해 소비자 자금을 모은 뒤 이를 운용하면서, 제도권 금융과는 전혀 다른 규제 환경에서 사업을 키웠다.


당시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선불업·포인트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을 공언했지만, 실제 제도개선은 더딘 편이었다.


최근까지 빅테크·유통사는 각종 ‘페이’, ‘포인트’, ‘충전형 카드’를 앞세워 금융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우리는 금융회사가 아니다’는 이유로 금융규제는 피해가면서, 소비자 돈을 대규모로 받아 운용하는 구조가 확대된 것이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은 디지털 시장법과 디지털 서비스법을 통해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지배력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결제·전자지갑 등 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지급결제지침(PSD2) 등의 적용 등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알리바바·텐센트 등 빅테크의 디지털 금융을 별도 금융지주 구조 아래 편입시키고, 은행과 유사한 건전성·자본규제를 적용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단행했다.


우리도 플랫폼 독점 규제와 별개로, 결제·충전금·포인트 등 ‘경계 영역’ 금융 행위에 특화된 기능 중심 규제 체계를 갖추어야 할 시점이다.


고객 충전금에 대한 안전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고객 자금의 일정 비율을 별도 신탁 계좌나 지급준비금 형태로 예치하도록 의무화하고, 파산 시 소비자가 회수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명확히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포인트 소멸과 환불 조건도 표준화해야 한다.


‘충전액의 60% 이상 사용 시 환불 가능’과 같은 일방적 약관은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다. 최소 환불 기준과 표준약관을 마련해 남용을 제한해야 한다.


특히, 포인트 소멸·환불 제한 등은 명시적으로 소비자의 동의를 받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보면, 일정 규모 이상 유사 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빅테크·유통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 판매자’에 준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분쟁 발생 시 금융 분쟁조정 제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경로를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금융당국, 공정거래당국이 참여하는 ‘빅테크·유사금융 규제 협의체’를 만들어, 선불충전금·포인트 잔액, 환불 요청, 분쟁 발생 현황 등을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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