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KDDX 사업 결정 또 보류...재논의까지 '안갯속'
입력 2025.03.17 19:26
수정 2025.03.17 22:03
분과위서 KDDX 사업 결론 못 내...추가 논의키로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경쟁...방추위 결과 주목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특수선 분야의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KDDX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으나 정부가 1년 넘게 결정을 미루며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사업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내달 2일 예정된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전까지 한 차례 더 분과위를 소집해 KDDX 사업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는 이례적인 조치다. 이날 방사청 분과위에서는 KDDX 관련 안건 2건을 논의했지만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어떤 방안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모두 보류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사청 논의 결과와 구체적인 안건 내용은 ‘방위사업법’ 제6조 청렴서약제도에 따라 방추위 최종 의결 전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수의계약 필요 사유와 공동개발 방안 등을 더 검토해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과위는 모두 3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외부 전문가는 6명이고 분과위원장은 방사청 차장이 맡는다. 분과위 의사결정 방식은 다수결이 아닌 의견을 모아 결론을 짓는 방식인 만큼 분과위에서 결정된 안건이 방추위에서 거절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지난해 7월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기밀 유출 사건과 소송전이 터지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결국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고소·고발을 전격 취하하며 외부 갈등은 봉합됐지만 이견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번 방사청의 결정이 또다시 미뤄지면서 해군의 전력화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상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의 순으로 이뤄진다.
KDDX 사업의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방사청 개청 이래 19차례 함정 설계에서 충무공이순신함을 제외하면 모두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았던 만큼 이번에도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반면 방사청이 경쟁입찰 방식을 택할 경우 HD현대중공업은 기밀 유출 사건으로 보안 감점을 부과받은 상태에서 한화오션과 대결해야 하는 만큼 불리해진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중 1, 2순위 업체를 선정한 뒤 선도함 1척을 제외한 후속함 5척을 각각 3척, 2척으로 배분하는 종합발주 방안도 검토 중이다. 두 기업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전력화 지연 우려가 커진 점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방사청이 조속히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종 결정이 지연되면서 업체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어서다. KDDX 사업이 더 미뤄질 경우 한국 해군의 전력 강화와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 기회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사청의 결단력이 요구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가 차례로 법적공방을 벌이면서 방사청이 방추위 전까지 분과위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군 당국 및 방사청이 조속히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관련 업체들의 사업 준비와 생산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