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고공행진에 토허제 재지정 ‘모락’…“오락가락 규제로 혼선 우려”
입력 2025.03.18 06:00
수정 2025.03.18 06:00
서울 아파트값 6주 연속 상승, 노·도·강에도 온기 조짐
거래량 5000건 돌파…잠·삼·대·청 실거래가 2.7%↑
토허제 지역서도 신고가…“다시 옥죄도 실효성 없어”

지난달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과 주택 거래량이 뛰면서 토허제 재지정 등 규제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오락가락한 정책 기조로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과열되던 시장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으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토허제 재지정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가 지난달 잠삼대청의 토허제 해제 이후 시장 과열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재지정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2주 서울 아파트값이 0.20% 오르며 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영향권인 송파구와 강남구가 각각 0.72%, 0.69% 오른 데 이어 서초구도 0.62% 상승하는 등 강남권 아파트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마포구(0.21%), 용산구(0.23%), 성동구(0.29%) 등으로 부동산 열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약세를 보이던 강북구(0.03%), 도봉구(0.01%)가 상승 전환한 가운데 노원구도 0.00%로 보합 전환하는 등 서울 전 지역이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5000건을 넘어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 전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171건으로 지난 8월(6537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 별로 강남구가 지난 1월 198건에서 2월 429건으로 231건 증가했고 같은 기간 송파구도 318건에서 438건으로 120건 늘었다. 마포구(162→290건)와 성동구(180→326건)을 비롯해 노원구(213→336건) 등도 100건 이상씩 거래량이 증가했다.
이달 말까지 신고 기간이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매거래량은 6000건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부동산 과열 우려에 줄곧 선을 그어왔던 서울시도 규제 완화 이후 집값이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은 상태다.
서울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규제 해제 전 30일간 잠·삼·대·청 지역의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27억2000만원이었으나 해제 후 30일간 평균 가격은 28억2000만원으로 3.7% 상승했다. 전용 84㎡ 기준으로는 26억3000만원에서 27억원으로 2.7% 올랐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도 17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소규모 재건축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 일주일 동안 거래가 성사된 물량이 늘었고 이는 이상조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올랐느냐는 판단의 여지가 있다”며 규제를 죄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거래량 변화와 가격 상승 정도를 예의 주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지역에서도 신고가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 182㎡가 직전 최고가 대비 21억원 오른 96억원에 거래됐으며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 전용 151㎡은 33억7500만원의 신고가를 기록했다.
잠·삼·대·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리지 않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지난달 전용 76㎡이 28억원에 손바뀜돼 신고가를 써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작년에도 집값이 들썩였는데 이를 대출 규제로 잠시 눌러둔 것일 뿐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며 “압구정과 여의도 등 규제로 묶인 곳들은 지난해에도 열기가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허제 구역에서도 일정 조건이 맞으면 거래 허가가 나기 때문에 최고가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재지정한다고 해도 가격 안정 등 원하는 효과를 달성하기는커녕 시장 혼선만 주고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