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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던 8조원 KDDX 수주전…오늘 승부 윤곽 잡힌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3.17 13:02
수정 2025.03.17 13:03

HD현대 VS 한화 정면 승부...방사청 결단 주목

기밀 유출·소송전 끝...사업자 배분 절충안 유력

전력 차질 우려 속 협력 기조…전략 변화 기류도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KDDX).ⓒHD현대중공업

‘8조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최종 승부가 마침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특수선 분야의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KDDX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정부가 1년 넘게 결정을 미루며 산으로 가던 사업이 방사청의 결단으로 마침내 방향성을 찾을지 주목된다.


17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사청은 이날 오후 2시 사업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을 심의한다. 사업 방식은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설계 3가지 중 하나로 결정될 전망이며 최종 결정은 다음 달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이날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중 1, 2순위 업체를 선정한 후 선도함 1척을 제외한 후속함 5척을 각각 3·2척씩 배분하는 종합발주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방추위에서 후속함 추진 방안을 논의한 뒤 향후 후속함 건조 계획을 통해 최종적인 추진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DDX 사업의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방사청은 지난해 7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기밀 유출 사건과 소송전이 터지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결국 지난해 11월 양사는 고소·고발을 전격 취하하며 갈등은 봉합됐으나 여전히 이견이 크다.


방사청은 선도함 건조는 기존 함정사업 관행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이 맡고 후속함 5척은 3척은 HD현대중공업, 2척은 한화오션에 배분하는 종합발주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 기업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전력화 지연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전략 자산 확보가 늦어지면 한국의 해군 전력 강화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두 회사의 자존심 싸움을 고려해 양측 모두에 기회를 주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오너 3세 간 대결로도 주목된다.


두 사람은 1982년생(정기선)과 1983년생(김동관)으로 나이도 비슷하고, 재계에서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서로의 가족 행사에 참석하고 주요 재계 행사에서 나란히 자리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지만 이번 사업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방산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이번 수주는 차기 총수로서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 세계 신조선 발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사 모두 특수선과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KDDX 수주 성공은 향후 해외 군함 수주에도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두 총수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두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해왔음에도 최근 들어 협력 기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지난해 11월 10조원 규모의 호주 호위함 입찰에서 양사가 나란히 탈락하면서 변화의 기류가 형성됐다. 이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해양 방산 수주전에서 각각 수상함과 잠수함 분야로 역할을 나눠 수출 마케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2기에서 방산 수출 전략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협력 기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치열하게 경쟁해왔지만 KDDX 사업 이후에는 협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두 회사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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