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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 인용?…선 넘는 '지라시 공해', 광장 혼란 가중하나 [정국 기상대]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5.03.18 06:20
수정 2025.03.18 06:20

尹 탄핵심판 선고 기일과 결과 두고

'기정사실화' 된 지라시 무분별 유포…

'받글' 뿌리고 받으면서 불안한 '악순환'

민주당 의총서 '정보력 부족' 성토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가운데)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각계 긴급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 지라시(받글)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세간의 소문이 공유되는 지라시는 정치권에서 흔한 일이지만, 헌법재판소 선고 기일과 탄핵 선고 결과까지 임의로 기정사실화한 내용이 크게 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를 막론한 '받글 정치'가 지지층의 불안을 부추겨 결국 시민들의 불편을 부추기는 광장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자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헌재 선고 일자와 관련해 가짜뉴스가 횡행한다. 내게 문의도 많은데 아직 헌재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선고 날짜 연락이 오면 즉시 공개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날 정 의원이 헌재로부터 선고기일을 통지받았다는 '지라시'가 돌자,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직후 취재진으로부터 탄핵선고일을 언제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내가 그걸 알면 이 자리에 있겠느냐"고 웃으며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해 헌법재판관 의견이 어떻게 모이고 있는지, 어떤 의사를 표시했는지에 대해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지라시 공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받은글'이라는 이름으로 '헌재, 윤 대통령 탄핵 각하로 급선회 중이라는 소문 정리'라는 내용이 확산됐다. '헌재가 이미 전원합의를 완료했고, 윤 대통령 측이 수취 확인을 거부하고 있어 선고 공지가 지연되고 있다'는 등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지난 14일에는 '[속보], 헌재 17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라는 제목의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실제 보도처럼 공유됐다. 언론 속보를 가장했지만 '가짜뉴스 생성기'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허위 정보였다.


해당 사이트에선 지난 13일에도 '14일 탄핵심판 선고' 예고 글이 올라오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허위 정보가 거듭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찰이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통행을 제한하자 '기습 선고'를 할 것이라는 설도 돌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라시'가 정치권 관계자를 통해 생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유추가 나온다. 헌재 탄핵심판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불안감을 해소할 방안으로 '소문'을 뿌리고, 다시 역으로 '소문'을 받아보면서 불안해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민주당 비상의원총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는 상황을 두고 '법조계 정보력'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여론 보다 여야 희망 낭설로
지지층 불안 부추겨…광화문 결집
탄핵 찬반 세력 대립도 극렬해져
여야 대치 심해지면서 동요 커질 것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의 '3·15 광화문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를 막론한 '받글 정치'가 지지층의 불안을 부추겨 결국 불필요하게 민력을 낭비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부추기는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과 전국 곳곳에서는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동시에 진행됐다. 탄핵 찬성 측은 지난 15일 기준 오후 2~3시 종로 일대에서 촛불 행동, 민노총, 야 5당이 각각 집회를 연 데 이어 4시께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집회에 합류했다. 경찰 비공식 추산 4만2500명이 참여했다.


탄핵 반대 측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의 광화문 집회와 보수 개신교단체 세이브코리아의 여의도 집회로 나뉘었다. 헌재 근처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 단체인 국민변호인단 집회도 열렸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도합 4만3000명이 모였다.


헌재 판결에 대한 각종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탄핵 찬반 세력 대립이 극렬해지면서 충돌도 잇따랐다. 양측은 시위행진 도중 서로를 향해 야유와 욕설을 쏟아냈다. 흥분한 찬탄 측과 반탄 측 남성 두 명이 멱살잡이하는 험악한 상황도 벌어졌다. 헌재 앞 지지자들이 집결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항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헌재 숙고가 길어지면서 여론도 동요하고 있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사가 공동으로 지난 10~12일 무선 100% 전화면접원 방식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 수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54%,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2%로 집계됐다.


더불어 헌재에 대한 신뢰도 물음에는 '신뢰한다'가 전주보다 3%p 떨어져 51%, '신뢰하지 않는다'는 5%p 올라 45%로 조사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치권이 마치 인디언 기우제처럼 공해에 가까운 정보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미디어가 무너지고 뉴미디어·SNS가 커지면서 지라시도 하나의 정보 출처로 돌아다녀 피로도도 높아졌다"고 했다.


이어 "여의도 지라시는 계량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으로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각 양당 입장 대변 수준을 못 넘어간다. 더는 자극적 정보로 국민을 선동해선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제대로 된 분석 취재를 하고 만드는 게 아니라 저쪽(국민의힘)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해석해 쓰기 때문에, 사실은 신뢰성이 있는 게 많지 않다"며 "정치 고관여층에 해당하니까 지라시에 대한 의도를 판단하지만, 일반 국민은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다. 사실 그대로 믿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야를 막론하고 지라시가 무분별하게 나오면서 일종의 대비와 판단을 하기 위해 지지층과 광장이 계속해서 커지는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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