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성장·콘텐츠 다양성 부족으로 국내 영화 시장 침체 장기화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3.13 11:01
수정 2025.03.13 11:01

지난 4년간 국내 영화 산업은 팬데믹 여파로 인한 극장 관객 감소와 OTT 플랫폼의 성장이 맞물리면서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곳 중 하나는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뉴시스

CJ CGV는 최근, 2021년 2월 이후 약 4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근속 7년 이상의 대리급 직원을 대상으로 약 80명이 회사를 떠났다. CGV 관계자는 "국내 극장가의 어려움에 따라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CJ CGV의 전체 매출액은 1조 9579억 원, 영업이익은 7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7%와 268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베트남 등 해외법인 실적(686억 원)과 CJ올리브네트웍스 편입 효과(4833억 원)가 반영된 결과다. 국내 사업만 놓고 보면 CGV는 적자 76억원을 냈다. CGV가 2019년에는 흑자 752억원을 남긴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앞서 롯데시네마는 영화 상영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엔터테인먼트동 7층에 샤롯데씨어터의 두 번째 공연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시네마의 가장 큰 지점인 월드타워점이 상영관 일부를 공연장으로 전환하는 것은 영화 시장의 위기를 말해주며, 극장 운영 방식의 변화가 초래했음을 의미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박스오피스 총 관객 수는 1억 2312만 명으로 2023년(1억 2514만 명) 대비 1.6% 감소했다. 연간 박스오피스 총 매출액 역시 1조 1945억 원으로 전년(1조 2614억 원) 대비 5.3% 줄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2억 2,668만 명)과 비교하면 관객 수는 무려 44.8% 감소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영화 시장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여파는 투자와 배급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올해 국내 5대 배급사들은 투자 작품 수를 줄이며 보수적인 전략을 택하고 있다.


CJ ENM은 '어쩔 수가 없다', '악마가 이사왔다' 단 2편을 선보이며,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강하늘 주연의 '스트리밍', 여름 텐트폴 영화인 안효섭·나나 주연의 '전지적 독자시점'을 비롯해, 구교환 주연의 '부활남', 류승룡 주연의 '정가네 목장', 최민식·박해일 주연의 '행복의 나라로' 총 7편을 선보인다.


쇼박스는 '퇴마록', '먼훗날 우리', '로비', '폭설', '모럴헤럴드' 5편을 준비하고 있으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백수아파트'를 시작으로 '야당', '얼굴', '열대야', '파반느', '프로젝트 Y'까지 총 6편을 배급한다. 뉴(NEW)는 지난 1월 개봉한 '검은 수녀들' 이후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을 선보일 예정이다. 5대 배급사의 올해 신작을 모두 합쳐도 약 20여 편에 불과하다.


이는 OTT 플랫폼의 성장, 고물가와 경기 불황, 그리고 콘텐츠 다양성 부족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결과다. 한국 영화계는 여전히 팬데믹 이후 정상 궤도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으며, 극장 산업뿐만 아니라 배급사와 제작사까지 전반적인 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환경에 놓였다. 극장들은 공연장 전환, 프리미엄 상영관 확대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고 있으며, 배급사들은 제한적인 작품 수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영화 산업이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와 과감한 투자가 필요해 보이지만, 현재는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우선으로, 현실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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