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잃은 ‘Y노믹스’…내년 한국경제 어디로 [길 잃은 방향타]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12.17 11:04
수정 2024.12.17 15:06

정권 출범 3년 만에 대통령 탄핵

대외 변동성 커진 경제 여건에

윤석열표 정책, 연속성 상실 위기

“여야정 협치만이 위기 극복 해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호(號)가 출항 2년 6개월 만에 좌초 위기다. 비상계엄 여파로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한 순간 사실상 침몰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국회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미 동력은 상실했다.


남은 건 선장을 잃은 배가 목적지로 잘 운항할 수 있느냐다.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바통을 넘겨받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야(巨野) 압박을 이겨내고 윤석열표 경제 정책, 즉 ‘물가와 민생경제 회복이 최우선 국정과제’라는 ‘Y노믹스’를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실제 취임 초 5~6%를 오가던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올해 들어 2%대로 떨어졌다. 지난 9월부터는 1%대로 안착하는 모습이다.


집권 3년 차인 올해부터는 ‘역동 경제’를 주제로 국가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본격화했다. 혁신생태계 강화와 공정한 기회 보장, 계층 사다리 복원 등을 통해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기획재정부는 Y노믹스 실천을 위해 ▲기업 투자 제도 합리화 ▲세액 공제 등 세법 개정 ▲노동 약자 보호 시스템 구축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 이동성 개선 등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탄핵 사태로 정책 연속성이 끊어질 위기다. 기재부는 연내 청년과 여성 등 취약계층 경제활동 촉진 방안을 담은 2차 사회 이동성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상황이 여의찮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기업 투자유치 촉진 내용을 담은 ‘3차 투자 활성화 대책’과 고령자 계속 고용 관련 정책을 담은 ‘계속 고용 로드맵’도 예정대로 진행이 어렵다.


계획을 발표하더라도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따른다. 기재부는 이달 안으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인데, 만약 내년에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 사실상 경제정책 방향은 의미가 없다.


산업·통상·에너지 정책도 안갯속이다. 이미 야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대왕고래’로 부르는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 예산을 사실상 전액 삭감했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데일리안 DB

원자력발전 산업도 충격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앞서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약 430조원 규모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선점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MOU 체결 한 달 만에 탄핵 정국을 맞으며 실제 사업화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신규 대형 원전 3기와 SMR 1기를 포함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발표 일정도 불투명하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정책은 정권에 따라 방향성이 크게 달라져 왔던 터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 밖에도 녹색산업 수출, 환경규제 완화 등 대표적인 윤석열표 경제·사회 정책들이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나마 기대할 곳은 달라진 국회 모습이다. 그동안 극한의 대립을 빚어온 국회가 대통령 탄핵 이후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추진하는 등 화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도 “여러 가지 난제들을 (국정안정)협의체에 올려 논의하고 소통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여야 정치권, 국회의장을 모두 포함하는 하나의 협의체가 발족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국정안정협의체 협조 의사 밝힌 상태다.


물론 향후 정책 주도권을 두고 여야 대립이 없진 않다. 여당으로서는 야당이 국정을 책임지는 듯한 모습이 반가울 리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통령 탄핵과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 의견을 전면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경제 상황 때문이라도 여·야·정이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을 감안해 혼란스러운 정국이 조속히 안정되고, 국정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국회와 정부가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또한 입장문을 통해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비상 경제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국회는 현명하고 조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초당적 차원에서 여야 간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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