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15회 찔렀는데도…'숭례문 지하보도 살인' 70대 "고의 없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4.10.23 15:53 수정 2024.10.23 15:54

피고인, 8월 숭례문 지하보도서 환경미화원 수차례 찔러 살해

검찰 "진지한 반성 없이 책임 전가…범행 잔혹성 비춰 재범 우려"

피고인 측 "공소사실 전부 인정하지만…범행 충동적이고 우발적"

지난 8월 서울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청소 노동자를 흉기로 살해한 70대 남성 A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뉴시스

새벽 시간대 서울 도심에서 청소 노동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 측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며 상해치사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강두례)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리모(71)씨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리씨가) 살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임에도 진지한 반성 없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흉기로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며 "범행의 잔혹성과 죄질에 비춰 살인을 다시 저지를 염려가 있기 때문에 그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피해자와 유족은 물론 사건과 관계된 모든 분께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범행 동기가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점, 별도의 범행 도구를 준비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상해의 고의가 있었을 뿐 살인의 고의는 없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상해치사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변론했다.


또 검찰의 전자장치 부착 명령 및 보호관찰 명령 청구와 관련해선 "피고인이 현재 불법체류 신분으로서 생전에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면 중국으로 추방될 점이라는 것을 고려해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13일을 다음 공판기일로 지정한 뒤 리씨 측이 신청한 양형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리씨는 지난 8월2일 새벽께 서울 숭례문 인근 한 지하보도에서 환경미화원인 60대 여성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A씨에게 물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하자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범행했단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인근에서 리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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