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株, 美 전기차 실적 회복에 반등…지속 여부 ‘주목’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4.09.26 07:00
수정 2024.09.26 09:08

글로벌 IB, 테슬라 3Q 전기차 인도량 개선 전망

LG엔솔·삼성SDI 등 대형주 강세…지수 상승 견인

정책 변화 기대감 긍정적…美 대선 결과 최대변수

최근 증시 내 2차전지 관련주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전기차(EV) 업체들의 인도량 실적 회복 기대감에 올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던 2차전지 관련주가 반등세로 돌아섰다. 업황을 둘러싼 부정적 환경의 변화가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상승세 지속 여부에 이목이 향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 톱(TOP) 10 지수’는 추석 연휴 직후인 19일부터 전날인 25일까지 4.91%(3928.04→4121.05) 올랐다.


이는 해당 기간 ‘KRX 테마지수’ 중 ‘전기차 톱 15’(6.58%↑·2546.59→2714.14)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지수 내 개별 종목도 상승세다. 같은 기간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3.50%(39만9500→41만3500원) 올랐고 포스코홀딩스는 1.35%(37만→37만5000원), 삼성SDI는 4.52%(36만5000→38만1500원) 각각 올랐다.


2차전지 관련주는 최근까지도 부침을 겪었다. 올 들어 추석 연휴 전까지(1월2일~9월13일)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27.59%(5424.55→3928.04)나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3.01%(2655.28→2575.41)인 것을 감안하면 부진한 흐름이었다.


2차전지 관련주는 올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한 실적 악화 지속으로 부침을 겼었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며 ‘전기차 포비아(공포)’가 확산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2차전지 관련주의 반등은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효했단 평가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테슬라의 올해 3분기 전기차 인도량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계 IB 바클레이스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테슬라의 3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약 47만대에 달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평균 추정치(컨센서스)인 약 46만대를 웃도는 수치다.


또 전년 동기(43만5059대)와 비교해 8.0% 증가한 것으로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테슬라는 앞선 2개 분기 연속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감소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테슬라는 내달 2일 3분기 인도량 실적을 발표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4년 연중 2차전지 산업을 지배했던 비관적 심리는 결국 기대치를 하회하는 전기차 수요였다”며 “완성차 기업들의 친환경차 믹스 비중 변화, 전기차 출시 일정 변경 등 전략 수정이 국내 2차전지 생산기업들의 실적 추정치와 멀티플 하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증권가는 업황 사이클 회복과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와 유럽의 이산화탄소(CO₂) 규제 및 보조금 지급 등의 정책 변화 기대감에 따라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가 점차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연합(EU)의 운송·환경 분야의 비정부기구인 유럽운송환경연합(T&E)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EU의 신규 자동차 CO₂ 배출 규제 강화에 따라 내년 말에는 전기차 침투율이 24%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2차전지 섹터 주가 추세 전환의 함수는 정책 및 보조금과 테슬라·비야디(BYD) 등 전기차 상위 플레어어”라며 “정책 함수들은 연말까지 지속 확인이 필요하나 긍정적으로 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2차전지 산업을 위협하는 변수도 상존하고 있어 연말까지는 대응에 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상존한다. 전기차 보조금 및 규제를 포함한 정책 변수들의 경우 최종 결정까지 합의의 시간이 필요해 지켜봐야 한단 지적이다.


특히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 결과가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의 영향력이 잇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미국의 전기차 관련 정책은 지속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전기차 관련 정책은 원점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로 최근 워싱턴포스트(WP)가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연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는 연설 중 31차례나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행정명령’을 취임 첫 날 폐지하겠다고 주장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 당선 시 전기차 정책변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또 내년 유럽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점유율을 빠르게 빼앗기고 있는 등 여전히 큰 불확실성이 존재해 여러 가지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ABC 주관 TV 대선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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