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vs 모피아' 이복현 금감원장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정조준'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08.28 06:00
수정 2024.08.28 11:08

손 전 회장 일가 부당대출 의혹 제기

"제때 보고 안 돼…누군가 책임져야"

현직 경영진 처벌 가능성 강력 시사

정권 실세와 정통 금융 관료 '대립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데일리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일가의 부당대출 의혹을 두고 현 경영진의 처벌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과거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었던 이 원장이 정통 금융 관료 출신인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을 정조준하는 그림이 그려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권에서 불거진 논란이 현 정부의 실세와 모피아 간의 대립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25일 오전 KBS의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해당 사건이 (금감원에) 제때 보고되지 않은 건 명확하다"며 "이에 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물론 임 회장까지 제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지난해 가을경 임 회장과 조 행장이 손 전 회장의 대규모 부당대출에 대해 보고 받은 정황을 확인했다"며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사안은 금감원이 최근 우리은행에 대해 벌인 현장검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우리은행이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비롯해 친인척이 실제 자금사용자로 의심되는 차주에게 총 616억원의 대출을 내줬는데, 이 중 350억원이 통상의 기준과 절차를 따르지 않은 부당대출이었다는 판단이다.


금감원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장 주변에 금융사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권력형 사고라고 지적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금융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이 이를 두고 현직 우리금융 경영진을 직접 질타하고 나선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손 전 회장뿐 아니라 현재 수장인 임 회장 등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이 원장은 지난 2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은) 친인척 대출에 대해 몰랐었다는 전직 회장의 발언을 옹호하면서 심사 소홀 외에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며,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을 합리화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우리금융이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볼 때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우리금융 측은 해당 사안이 금융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금감원 보고 의무 사항이 아닌 점을 피력하고 있다. 자체 검사 당시 부당대출이 아닌 여신심사 소홀로 판단했고, 심사 소홀로 인한 여신 부실화는 금융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이 근거다.


논리가 어떻든 간에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임 회장을 타깃으로 삼은 건 확실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금 우리금융에서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이 원장의 발언이 나온 이상 수장이 제재 대상에서 빠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에서 나와 금감원장이 된 이 원장이 금융권 관가 출신으로 민간 금융사에 둥지를 튼 임 회장을 저격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이 원장은 사법연수원 32기로 윤 대통령이 검사일 때부터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사다. 임 회장은 24회 행정고시를 패스해 관료가 된 후 2015~2017년 금융위원장을 지내는 등 핵심 요직을 거친 전형적인 금융 관료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 출신의 신진 정권 실제가 영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역시 비위 사실이나 잘못된 관행을 드러내 이를 척결하는 일일 것"이라며 "우리은행 사례를 통해 관료 인맥 중에서도 뿌리가 깊은 것으로 유명한 모피아에 칼을 겨눈 모양새가 된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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