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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 연말부터 유동성 규제 받는데…절반 이상 '기준 미달'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11.05 06:00
수정 2024.11.05 06:00

관련 비율 평균 두 자릿수 그쳐

상당수 조합 규정 못 지킬 수도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 본관 전경. ⓒNH농협금융

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에 소속된 상호금융 지역 조합들 중 절반 이상의 유동성 비율이 두 자릿수 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연말로 예고된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면 상당수 조합들이 규정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고금리 충격으로 부실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호금융권의 현실까지 감안하면 유동성 확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소속 2204개 조합들의 유동성 비율은 평균 82.2%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석 달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3개월 이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으로, 금융사의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유동성 비율이 낮을수록 자금 관리의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체 지역 조합들 중 57.6%에 해당하는 1270곳의 유동성 비율이 100%를 밑돌았다. 유동성 비율 100% 미만 조합 수는 ▲농협 989개 ▲신협 167개 ▲수협 59개 ▲산림조합 55개 순이었다.


농협 조합들의 평균 유동성 비율이 70.2%로 제일 낮았다. 수협 조합들 역시 86.1%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산림조합(100.8%)과 신협(126.9%) 조합들의 평균 유동성 비율은 100%를 웃돌았다.


상호금융권 유동성 비율 현황.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상호금융권의 유동성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조만간 가동될 규제 때문이다. 상호금융권은 금융감독원의 상호금융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에 따라 올해 말부터 유동성 비율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해당 규정은 상호금융권의 유동성 비율 하한을 100%로 못 박은 게 핵심이다. 다만 자산총액 3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 조합은 90% 이상, 300억원 미만 조합은 80% 이상으로 완화해 적용된다.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조합도 내년 말까지는 90%를 적용하고 이후 100%를 순차 적용토록 했다.


하지만 이런 유예 조항을 감안해도 수많은 조합들이 아직 규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산이 1000억원을 넘는 상호금융 조합들만 봐도 1679곳 중 69.3%에 달하는 1263곳의 유동성 비율이 100%에 미치지 못했다. 당장 두 달여 뒤부터 적용받는 90%조차 채우지 못한 곳도 59.4%(998개)나 됐다.


더욱 문제는 상호금융 조합 3곳 중 1곳이 적자의 늪에 빠졌을 정도로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부족한 유동성을 메꾸는 데 한계가 있는 조합들이 그만큼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4개 상호금융의 전국 조합들 중 33.7%가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한 실적의 배경에는 쌓여만 가는 부실 대출과 이를 메꾸기 위한 충당금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생각보다 길어진 고금리 속 이자 부담이 쌓이면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 차주가 많이 찾는 제2금융권인 상호금융권의 특성 상 대출 관리에 더욱 애를 먹는 분위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도 악재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상호금융권은 저금리 시기에 부동산 PF 대출을 확대하며 외형 키우기에 나섰는데, 고금리로 사업성이 악화한 사업자들의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권에서 유동성 비율 100%는 결코 높지 않은 허들"이라며 "규제 유예 시기와 정도에 턱걸이하는 수준을 넘어 여유 있게 유동성 지표를 관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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