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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정보공개 '의무화'로 포비아 해소될까...엇갈리는 업계 반응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4.08.26 14:42
수정 2024.08.26 14:46

당정, 전기차 배터리 정보공개 의무화

"단기적으론 긍정적, 장기적으론 부정적"

"보다 구체적인 정보 공개 감수해야 할 수도"

지난 8월 12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고정형 전기차 충전기에 운영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소비자들의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당정이 전기차 제조사의 배터리 정보공개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권고에 그쳤던 배터리 정보 공개가 의무화되는 상황을 두고 업계에선 긍정론과 역효과론, 나아가 배터리 이력까지 공개토록 해야 한다는 등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은 전날 제20차 고위당정협의를 열어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을 확정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가 일어난 이후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관계부처 간 추가 협의를 거쳐 내달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정부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화재 사건 이후 '권고'하던 정보공개를 '의무화'로 변경한 것이다. 전기차 안전과 관련된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당정의 이같은 조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복잡하다. 배터리 제조사로서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도 고려해야 하지만, 원료 수급원인 중국과의 무역 마찰은 부담이다. 영업 비밀인 공급망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부담이지만, 전기차 포비아를 돌파해야 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 구체적인 정보 공개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정보공개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라는 게 배터리 업계의 설명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국산 배터리에 대한 이미지가 이전보다 더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모든 중국산 배터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중국산 보단 국내산 배터리를 더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데다 장기적으로 국내 배터리사에 부담을 주며 역효과일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제조사 공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제조사 정보가 안전을 확인하는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판단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중국산 배터리가 전세계적으로 탑재가 많이 된 상황인데, 제조사를 공개하며 배제한다는 건 오히려 전기차 포비아를 장기화시킬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오히려 중국에 낙인 찍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자기들 배터리를 안 쓰겠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 중국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원재료 확보 등을 위해 중국에 손을 뻗어야 하는 배터리사 입장에선 마냥 긍정적인 상황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그치지 않고 '배터리 여권' 도입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배터리 여권이란 제품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 등 모든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해 관리하는 제도다. 배터리 안전성 극대화에 효과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을 포함한 배터리 여권 제도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배터리의 탄생부터 사용과정과 각종 정보를 관리하면 전기차 화재 등의 예방과 억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라고 말했다.


실제 배터리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적극 공개하는 것은 주요 경쟁국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2018년부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을 구축해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2026년부터 ‘배터리 라벨링’ 제도를 통해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일본도 정보 제공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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