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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자 장사' 폭리? 반만 맞고 반은 틀린 '불편한 진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11.06 06:00
수정 2024.11.06 06:00

관련 이익이 성적 이끌고 있지만

마진율은 오히려 줄곧 하강 곡선

호실적 진짜 이유는 급증한 대출

빚 늘리게 만든 정부 정책 '패착'

은행원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면서 이자 장사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여론의 손가락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불어나는 이자 이익이 성적을 이끌고는 있지만, 속사정을 좀 더 들여다보면 마진율은 오히려 줄곧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반만 맞고 반은 틀린 비난과 함께 불편한 진실은 계속 가려지는 모습이다.


이익률이 예전만 못해졌는데도 이자 마진이 커진 실질적인 이유는 급속도로 불어난 대출 때문으로, 결국 은행 빚을 져야만 집을 사고 사업을 꾸려 갈 수 있게 만든 정부의 정책적 패착이 은행의 배를 불린 셈이란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10조97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순이익이 3조103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9.4%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2조7978억원으로, 우리은행은 2조5306억원으로 각각 0.8%와 10.1%씩 순이익이 늘었다. 국민은행의 순이익만 2조5385억원으로 2.3% 줄었다.


은행 실적을 견인한 건 역시 이자 이익이었다. 이들 은행의 이자 이익은 25조6681억원으로 2.0%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7조6486억원으로, 신한은행도 6조6045억원으로 각각 4.3%와 5.6%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우리은행의 역시 5조6324억원으로 이자 이익이 0.3%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이자 이익만 5조7826억원으로 3.1% 감소했다.


하지만 은행의 실질적인 이자 마진율을 보여주는 지표는 오히려 나빠졌다. 올해 3분기 말까지 누적 기준 조사 대상 은행들의 명목순이자마진(NIM)은 평균 1.59%로 1년 전보다 0.08%포인트(p) 낮아졌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아질수록 예대 마진의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별로 봐도 상황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국민은행의 1.81%로, 신한은행은 1.60%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02%p씩 NIM이 떨어졌다. 하나은행 역시 1.47%로, 우리은행도 1.46%로 각각 0.15%p와 0.14%p씩 해당 수치가 하락했다.


4대 은행 명목순이자마진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들의 이같은 NIM이 얼마나 낮은 건지는 과거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4대 은행들의 평균 NIM은 2022년 1분기 말 이후 최저치다. 다만 당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25%에 불과했던 시절로, 현재 조사 시점인 올해 9월 말 3.50% 대비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보통 금리가 높을수록 예대 마진도 함께 커지는 관계를 고려하면, 지금의 NIM는 유독 낮은 편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은행의 이자 이익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대출의 파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못해진 이자 마진의 효율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대출 자체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은행에서 나간 대출은 최근 한 해 동안에도 100조원 가까이 몸집을 불렸다. 지난 달 말 기준 4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총 1295조9568억원으로 1년 전보다 7.7%(92조4972억원) 증가했다.


이는 어떤 의미로든 그만큼 빚의 수요가 확대됐다는 의미다. 개인의 경우 치솟는 집값이 문제다. 당장의 소득만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엔 격차가 너무 벌어진 탓에 고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이들이 많아졌다. 빚으로 불황을 버티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현실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빚의 악순환에 빠지면서 대출만 계속 쌓이는 형국이다.


여기어 더해 정부의 엇박자 정책도 결과적으로 대출을 부추긴 꼴이 됐다. 최근 가계부채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DSR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가 돌연 시행 시점을 미루면서, 더 늦기 전에 돈을 빌려 놔야 한다는 공포 심리만 자극했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다. 차주가 1년에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이자 이익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예전보다 마진율 측면에서 폭리를 취해서가 아니라, 대출 총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란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이자 장사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여론전은 현상의 본질을 가리는 손쉬운 비난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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