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MB, 부부 동반 만찬…李 "정권재창출 위해 당정 똘똘 뭉쳐야"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4.08.13 00:00
수정 2024.08.13 00:00

한남동 관저서 3시간 동안 만찬

李 "24조원 체코 원전 수주는 엄청난 쾌거"

尹 "UAE 바라카 원전 토대…생태계 복원"

尹, 소화 잘되는 음식으로 메뉴 직접 골라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에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체코 원전 수주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과거 이 전 대통령 시절 UAE 바라카 원전 수주를 회상했다. 이 전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당정 결속이 중요하다고 자문했다.


12일 저녁 6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 만찬에는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윤옥 여사도 함께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부부도 참석했다.


이번 만찬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이 전 대통령과 함께하는 공식 식사 자리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말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했고, 지난해 8월 선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별세했을 때 빈소를 조문한 이 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통령 관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찬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날 만찬에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이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정진석 비서실장 부부가 참석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 전 대통령 부부가 만찬 참석을 위해 관저에 도착하자 반갑게 영접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님, 잘 계셨어요"라고 묻자, 이 전 대통령은 "반가워요, 고생이 얼마나 많아요"라며 손을 맞잡았다.


만찬은 윤석열 정부와 이명박 정부 두 정부의 공통점을 이야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께서 재임 시절 2008 베이징·2012 런던올림픽 때 역대 최다 13개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번에도 공교롭게 13개 역대 최다 금메달을 딴 공통점이 있다"며 "파리 올림픽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태극전사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젊은 세대가 미래에 짊어질 부담을 덜기 위해 기성 세대들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의 방문을 떠올리며, 모하메드 대통령에게 "한·UAE 관계가 이렇게 좋은 것은 이 전 대통령께서 초석을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모하메드 대통령이 "맞다"고 크게 공감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2월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수주 당시 수출 경험도 없고 열세였던 한국이 신뢰와 우정으로 역전 드라마를 쓰게 된 회고담을 말했다.


또 한국과 UAE 관계가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위기에 놓였던 상황을 우려감으로 지켜봤고, 윤석열 정부가 그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 역시 지켜봤다고 말하며 "이번 (윤석열 정부의) 24조원 체코 원전 수주는 엄청난 쾌거"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께서 UAE 바라카 원전 건설을 수주한 것이 토대가 돼 이번 체코 원전 건설 사업에서 우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낸 것"이라고 화답하며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정치 상황과 관련해선 "국회의 극단적인 여야 구도 속에 국민의힘은 야당이나 마찬가지"라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당정이 하나가 돼 똘똘 뭉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난관을 헤쳐 나가는 길은 대동단결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일본·중국과 300억 달러(한화 약 41조1600억원)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며 위기 극복이 가능했던 스토리도 언급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께서 소상하게 말씀하신 부분이 큰 도움이 된다"며 "다음에 다시 날을 잡아 상세하게 듣고 싶다"고 했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만찬을 마친 뒤, 윤 대통령 부부는 이 전 대통령 부부를 배웅했다.


한편 이날 만찬 메뉴로는 이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한우갈비구이, 갓 지은 솥밥, 소고기된장찌개가 올랐다. 반찬으로 굴비구이·잡채·해물전·호박전, 전채로는 대하·전복 잣즙냉채·단호박죽, 디저트로는 과일이 준비됐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 부부의 연세를 고려해 소화가 잘되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직접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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