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개미 안목, IPO보다 빠르다”…부상하는 ‘비상장 투자’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4.06.19 07:00
수정 2024.06.19 08:17

유망기업 발굴해 선 매수…상장 후 차익실현 목적

박스권 韓 증시, 주도주 부재에 장외시장 재평가

“변동폭·리딩방 사기 조심해야” 주의 목소리도

ⓒ픽사베이

올해 장내 시장에서 주도주 부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장외시장에서는 대형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고 있다. 두 시장의 상반된 분위기에 잠재력이 있는 비상장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인 ‘선학개미’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19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비상장사 누적 거래건수는 약 55만건이다. 이는 직전 분기(약 48만건) 대비 14.6%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누적 거래금액은 1조3100억원에서 1조4500억원 규모로 10.7% 성장했다.


비상장 주식 투자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지닌 이른바 ‘떡잎 기업’을 발굴해 남들보다 빠르게 매수하고 해당 유망기업이 성장한 뒤 차익을 실현하는 게 특징이다. IPO를 예고한 유망기업의 경우, 비상장 상태일 때 투자함으로써 치열한 공모주 물량 쟁탈전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IPO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공모주 전쟁이 날로 치열해지자 유망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투자자들이 비상장 시장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인기 거래·조회 종목 상위권에는 IPO를 준비하고 있거나 상장 소식이 있는 기업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주요 증시들과 달리 박스권에 갇히며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부재하자 비상장 기업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영향도 있다.


장내시장에서 수익률을 올려줄 종목이 뚜렷하게 포착되지 않자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 포진한 장외시장이 새로운 유망주를 찾는 투자자들에게 돌파구로 떠오른 것이다.


온라인 투자 게시판을 살펴보면 “장외시장에 들어서면 수익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 “타이밍만 잘 잡으면 이기는 게임”, “기관이나 외국인에 의한 주가 흔들림이 없다”, “성장성이 보장된 우량주의 초기 발굴처” 등 만족감을 드러내는 투자자가 많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체계와 안전성을 갖춘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면서 비상장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고 있다”며 “장내시장이 주춤한 상황에서 IPO 소식을 전하거나 꾸준히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는 유니콘 기업들을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상장 주식이 상장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고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상장 주식이 사적 거래 영역인 탓에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외시장은 장내시장보다 가격 변동폭이 큰 편인데 증시 입성에 실패한 기업이 등장하면 관련 비상장 종목들까지 급락세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를 사칭한 주식 리딩방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비상장 주식이 상장될 것이라고 속이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 상장 소식을 전했다고 해도 상장 일정이 구체화되기 전에 기대감만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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