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시위 원천봉쇄' 강력 반발…박경석 대표 현행범 체포했지만 병원행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3.11.24 10:33
수정 2023.11.24 10:45

전장연, 지하철 시위 원천봉쇄에 반발해 혜화역에서 시위 재개

박경석 대표, 경찰 연행 과정에서 통증 호소…구급차 타고 병원 이송

병원으로 이송되는 박경석 전장연 대표ⓒ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대해 원천 봉쇄 방침을 밝힌 지 하루만인 24일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시위 도중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연행 과정에서 박 대표가 부상을 입었다고 호소하면서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50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박 대표를 철도안전법·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연행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오전 9시 5분께 혜화역 앞에서 구급차를 타고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전장연 측은 "경찰이 박 대표의 몸을 무리하게 들어 이동시키려고 하면서 부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상세한 부상 부위와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장연은 이날 승강장 시위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역사 시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서울교통공사의 결정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사진입 원천 봉쇄는 불법적이며 헌법과 교통약자법에 명시된 권리를 부정하는 장애인 이동권 원천 봉쇄"라고 규탄했다.


박 대표는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은 헌법이 부여한 권리로 장애인 시민권을 부정하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시민 불복종운동"이라며 "3년간의 지하철 행동은 국가와 지방정부에 헌법과 교통약자법에 명시된 모두를 위한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예산 요구"라고 주장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24일 혜화역 승강장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전장연 지하철 시위 원천 봉쇄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전장연은 2021년 1월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 등을 주장하며 서울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연평균 76회씩 출근시간대에 탑승시위를 벌이며 열차를 지연시킨 바 있다. 전장연은 올해 9월 25일 2호선 시청역에서 마지막 시위를 벌인 후 약 두 달 만인 이달 20일부터 시위를 재개했다.


박 대표는 "전장연의 요구예산에 비해 터무니 없이 삭감된 국회 각 상임위원회 예산안이라도 기획재정부와 국민의힘이 반영을 약속한다면 내달 1일로 예정된 '제5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유보할 것이며 약속이 실현되면 이를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전날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원천 봉쇄하는 강경 대응 방안을 내놨다.


공사는 지난 21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전장연의 ▲ 역사 진입 차단 ▲ 진입 시 승강장 안전문 개폐 중단 등 승차 제한 ▲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조치를 골자로 하는 3단계 대응책을 마련했다. 또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장연이 열차를 지연시키는 시위를 벌일 경우 철도안전법에 따라 엄정대응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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