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0월 사퇴설'…현실성·출처·의도 놓고 관측 '분분'
입력 2023.07.31 02:00
수정 2023.07.31 02:00
남영희 "김두관 '전혀 금시초문…
어디서 나온지 모를 얘기'라고 말해"
이재명 선거법 1심 선고, 영장 재청
가능성에 '플랜B 차원 논의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석 이후에 퇴진하고 전당대회를 열어 김두관 의원이 대표를 맡아 총선을 치른다는 '10월 사퇴설·당권 이양' 구상과 관련해 김 의원이 '전혀 금시초문(今始初聞)'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다가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 선고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을 고려해 실제로 '플랜B'가 회자되고 있다는 분석과, '10월 사퇴설'은 이 대표 주변 '자문·실무 그룹'에서의 영향력과 관련해 어떠한 의도 아래에서 유포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 등이 분분하게 제기되고 있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30일 채널A '뉴스톱텐'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10월에 사퇴하고 K모 의원이 대신 대표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면서도 "김두관 의원에게 직접 들으니 '전혀 금시초문이고 어디서 이런 얘기가 나왔는지 너무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 전했다.
앞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전날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추석을 지낸 뒤인 10월에 이재명 대표가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열어서 정통성 있는 새로운 지도부를 뽑아 내년 총선에 대비하겠다는 의견에 대략 민주당의 40명 정도의 의원들이 합의가 됐다는 얘기"라며 "(새 대표로) 김두관 의원을 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논의는 좀 오래 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고 여러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왜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아지지 않고 내년 총선의 전망이 밝지 않을까 하는 문제인식을 가지고 원인을 생각해보니 이재명 대표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후임자로 생각하는 김 의원과 여러 얘기를 나눴고, 의원들과 함께 논의를 해서 일정하게 합의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9월 8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공선법 제270조에 따르면 선거범에 관한 재판은 기소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1심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 아직까지 판결이 나지 않고 있지만 기소로부터 만 1년이 되는 올해 9~10월 중에는 선고가 내려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중론이다.
만약 이 대표가 공선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피선거권이 5~10년간 제한 당하게 된다. 정치인으로서는 치명타다. 이같은 가정 아래에서는 당권 유지가 쉽지 않다.
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심경이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달 8일 공판이 예정돼있는데, 진술 번복이나 입장 선회가 확인된다면 이 건으로 이 대표를 소환할 명분이 생긴다.
소환 이후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내달 16일부터는 정기국회가 폐회하는 연말까지 국회가 내내 열려있기 때문에 체포동의안 표결이 불가피하다.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스스로 자신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던 이 대표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직면하는 셈이다.
결국 당권파인 친명(친이재명) 그룹으로서도 이 대표가 계속 당대표직을 고수하면서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권까지 행사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권을 비명(비이재명)계에 빼앗기는 것보다는 '플랜B' 차원에서 다른 시나리오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선거법 유죄 나오면 대표직 고수 명분
잃어…당권 이양 상황 무르익을 수도"
조정식 "턱도 없는 지라시 소설" 일축
"소스 추측 가" 특정인 관련 유포설도
이와 관련, 박원석 정의당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 본인 스스로도 위기 의식을 느낄 것이라 본다"며 "대장동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불구속기소가 됐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쌍방울 사건의 위기감이 커졌다. 조만간 소환도 될 수 있고, 구속영장 청구도 또다시 될 수 있다는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최근 들어 (윤석열) 정권이나 여당에 악재가 많았기 때문에 당연히 여론조사상 정권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실제로 떨어졌는데, 민주당에 반사이익이 가지 않았다"며 "이게 민주당이 굉장히 고민스러운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갖고 있는 '사법 리스크' '리더십 리스크'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 이 대표 스스로도, 민주당 내부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일정 시점에서 '2선 후퇴'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기찬 국민의힘 법률위 부위원장도 "10월엔 공직선거법 판결이 도래하고 유죄가 나온다면 (당대표직을 고수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니 (사퇴설의) 의미가 있긴 있다"며 "국민의힘과의 지지율 격차를 보면 그것으로도 명분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낙연 전 대표와의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열려고 했는데 그것도 잘 안된 것 같고, (김은경) 혁신위 활동을 통해 뭔가 얻으려 했는데 그것도 잘 안된 것 같다"며 "10월까지 (당권 이양의) 상황은 무르익은 게 맞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같은 '10월 사퇴설'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김두관 의원으로서의 당권 이양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친명계 중심의 구상인 셈인데, 당내에서 친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하나같이 "듣도보도 못했다"며 손을 내젓고 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표 주변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됐을 것이라며, 출처를 알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재명 대표를 자문하고 실무에 관여하면서도 김 의원과도 특히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인사의 영향력과 관련해 유포된 설(說)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월 사퇴설) 그것에 대해서 정색해서 논평을 할 것은 굳이 없는데, 턱도 없는 지라시 수준의 소설"이라며 "각자가 상상력과 소설은 자유지만, 남의 당을 소재로 해서 그런 식의 소설을 쓰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전날 친명 성향 지지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전혀 듣도보도 못한 허구"라고 했으며, 장경태 최고위원도 "매주 '처럼회' 모임에 나가는 나조차도 듣도보도 못한 얘기"라며 "다른 '처럼회' 의원들도 그 (사퇴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전날 장성철 소장의 발언에 대해 "어디서 얘기를 들었을지 대충 추측이 간다. 소스가 어딘지 (알 것 같다)"라며 "워낙 정치라는 게 이런 저런 얘기가 많고, 아마 주변 분들이 생각하는 여러 안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얘기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