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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징계' 여진…당내선 "존재감만 더 커질 것"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3.07.30 00:00
수정 2023.07.30 00:27

윤리위, '수해 중 골프' 洪에 당원권 정지 10개월

윤상현 "洪, 기죽을 분 아냐" '존재감 확대' 전망

당내서도 "정치적 타격 없을 것" 의견 다수 이뤄

일각선 "현안 집중하며 대선 준비 가능" 시각도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마치고 나오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당원권 10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당내에서는 향후 정치 행보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 시장도 '발언권'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징계 전 '침묵' 모드를 깨고 언제든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낼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내 일각에선 홍 시장이 오히려 이번 징계를 통해 존재감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는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26일 수해 중 골프와 이후 관련 발언 논란 등을 일으킨 홍 시장에게 당원권 정지 10개월 중징계를 의결했다. 총선이 9개월 남은 시점에 당원권 정지 10개월 중징계를 내린 것은 총선 공천이나 경선 과정 등에 관여할 생각을 하지 말고 자중하라는 메시지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이 같은 결론이 나오자 당내에선 엇갈린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윤리위가 홍 시장에게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내린 건 속이 뻔히 보이는, 지나친 징계라고 비판하면서도 오히려 홍 시장이 이번 징계를 계기로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윤 의원은 지난 27일 KBS라디오에 나와 윤리위 징계수위에 대해 "좀 과하다"라며 "보통 당원권 정지하면 6개월, 1년, 2년 이렇게 때리는데 10개월 때리는 경우는 없다. 1년이면 1년이지 왜 10개월이냐. 지금부터 10개월이면 내년 총선 끝날 때로 '총선까지 입 닥쳐라' 그런 의미"라고 징계 의미를 풀이했다.


특히 윤 의원은 '이번 일이 오히려 홍준표 시장 존재감을 키워주는 거 아니냐'는 물음에 "키워줄 수도 있다"며 "홍 시장이 당원권 징계 10개월 당했다고 해서 기죽을 분도 아니고 스타일상 계속 얘기할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징계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홍 시장이 갖고 있는 정치적 영향력에 전혀 타격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홍 시장은 당 징계 결정 직후 "내게는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데 이어, 같은 날 밤에 온라인 소통채널 '청년의 꿈'에서 "발언권은 정지되지 않았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또 27일 재차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의무봉(天衣無縫·선녀가 옷을 지은 듯 마음대로 해도 흠잡을 곳이 없는 경지)' 이란 사자성어를 소개하며 "조계종 종정 예하 진제 큰스님이 '평상심을 가지고 참고 기다리는 인생이 아름답다'며 보내준 반야심경이 새겨진 부채를 받았다. 그 뜻을 새겨 편안한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앞서 홍 시장이 내걸었던 대도무문(大道無門· 바른 일을 한다면 꺼릴 것이 없다), 과하지욕(跨下之辱· 내일을 위해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치욕을 견딘다) 등 사자성어와 궤를 같이하는 만큼 당내에선 어떠한 계기만 마련된다면 홍 시장의 발언과 행동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당내에선 홍 시장이 갖고 있는 정치적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당 대선 후보로 등장해 2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을 이끌었고, 보수의 심장인 대구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그를 향한 국민적인 지지나 당내 조직들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당내 일각에선 이번 윤리위 결정이 앞서 TK(대구·경북) 물갈이론 등을 주장한 홍 시장이 내년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과 달리, 실질적으론 큰 악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초 홍 시장은 대구시장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총선에 영향을 미칠 위치가 아니었던 만큼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홍 시장을 향한 인기는 여전한 편이고 보수정당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인정하지 않고선 선거를 치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어쨌든 매번 이슈를 만들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우리 쪽으로 쏠리게 만드는 분이 아닌가. 홍 시장의 영향력을 절대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이 남은 대구시장 임기 '3년'을 거론한 것이 대구시장 임기 동안 차기 대권 레이스를 준비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홍 시장이 '3년'을 언급한 데 대해 "3년 동안 대구시장으로서 대선을 준비한다는 의미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홍 시장이 직접 3년과 발언권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 자체가 절대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뜻"이라며 "안 그래도 한 마디 한 마디가 주목을 받던 분이었는데 이 이후에 나올 말들은 얼마나 더 큰 주목을 받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잊혀지는 것인데 홍 시장은 좋지 않은 내용이긴 하지만 어쨌든 재차 이슈를 만들며 주목을 받게 됐다"며 "오히려 이번 이슈로 대구 현안에 더 집중해서 성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고, 중앙정치로부터의 견제에서도 멀어지게 되면 대권주자로서 준비할 시간도 벌고 영향력도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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