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유통업계…경계 사라지는 빅블러 시대 '가속화'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3.06.22 14:53 수정 2023.06.22 14:56

코로나19 변화 주도…책 팔던 아마존, ‘올라운더’ 변신해 왕좌 올라

국내도 카테고리 확장·경험 확보 전쟁…쿠팡·올리브영 대표적 사례

올리브영 매장 전경.ⓒ올리브영

‘카테고리 킬러(단일 품목에 특화된 전문소매점)’의 시대가 저물고 MD 확장과 쇼핑 편의성이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렸다.


지난 4월 미국의 대표적인 가정용품 체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Bed Bath and Beyond)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가정용품에만 집중하는 이른바 카테고리 킬러 영역을 개척하며 한때 미 전역에 1500여개의 매장을 운영했으나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급격한 재정 위기를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장난감 전문점 토이저러스(Toys ‘R’ Us) 역시 경영난으로 지난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밖에 전자제품 전문점 라디오쉑(RadioShack), 사무용품 전문 체인점인 오피스디포(Office Depot)와 스테이플스(Staples) 등이 이와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반면 인터넷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Amazon)은 ‘올라운더(All-rounder)’로의 변신에 성공하며 전 세계 유통 시장을 주름잡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확인된다.


사업 초기만 해도 24시간 영업한다는 점 외에는 타 유통 플랫폼과 큰 차별점이 없던 편의점이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과 MZ세대 공략 경쟁에서 승자가 된 것도 무한 확장 전략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89년 1호점을 열며 24시간 담배가게로 출발한 편의점은 김밥·도시락 같은 편의식을 판매하며, ‘동네 식당’의 역할을 대신하는가 하면 저가 커피를 판매하며 프랜차이즈를 밀어내고 ‘골목 카페’를 자처하고 있다.


최근에는 희귀 위스키를 한정 물량으로 선보이며 소비자들이 판매 시간에 맞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위스키 런’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2010년 전후 ‘소셜 커머스’ 삼대장으로 불리던 쿠팡·티몬·위메프의 운명도 카테고리 확장 능력이 갈랐다.


쿠팡은 구입 희망자를 모집해 상품을 판매하는 소셜커머스 모델에서 탈피해 직매입과 오픈마켓 형태의 온라인 쇼핑몰이자 슈퍼마켓으로 변신하는 한편 배달서비스인 쿠팡이츠,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 등으로 서비스 카테고리를 지속 확장해 세를 불리고 있다.


소셜커머스 사업 모델에서 빠르게 탈피하지 못한 티몬과 위메프가 동남아 이커머스 기업 큐텐에 인수된 것과 대조된다.


뷰티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유통시장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단일 뷰티 브랜드 로드숍과 해외 화장품 편집숍들이 네이버쇼핑·쿠팡 같은 이커머스 업체에 밀려나는 와중에도 온·오프라인 시장을 모두 잡았다. 2017년 공식 온라인몰을 선보인데 이어 2018년 ‘오늘드림’ 서비스를 출시하며 속도와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이탈을 막았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꾸준히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고 카테고리를 확장, 쇼핑하는 재미를 부여한 덕분에 올리브영은 MZ세대 사이에서 ‘만남의 장’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엔 건강식품, 위생용품 등 헬스 카테고리와 홈 인테리어, 헬시푸드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백화점 업계도 변신 중이다. 패션 매장들 사이에 구색 맞추기 식으로 F&B 매장이 배치된 전통적인 형태로는 온라인 쇼핑몰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진 탓이다.


아이돌 그룹의 팝업스토어나 예술 전시, 포토존 같은 즐길 거리나 다양한 클래스, 스타일링 서비스, 멤버십 서비스 등을 마련해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유통 시장 경쟁 구도는 더 입체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간,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에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무한 경쟁 시대”라며 “소비 위축과 실적 타격이 우려돼 업계 전체가 돌파구를 찾으려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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