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미중 패권경쟁 속 전략적 선명성…국제질서 재편 주도자 우뚝 [GPS코리아 ①]
입력 2023.05.27 09:30
수정 2023.05.27 11:30
文 시절 '모호한' 외교정책에서 탈피
자유민주 진영과 일관된 '가치외교'
"'전략적 선명성' 좌표 잘 찍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 한 발짝 전진"

"이번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회의를 통해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이 사뭇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3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밝힌 소회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 국가(GPS·Global Pivotal State), 글로벌 책임 국가, 글로벌 기여 국가로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외교, 그리고 국익에 대해 되새겼다"며 "글로벌 어젠다에 진취적으로 앞장서고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을 실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 한일 정상회담 및 한미일 정상회담을 포함해 3월 도쿄 한일 정상회담, 4월 미국 국빈 방문 및 한미 정상회담, 5월 서울 한일 정상회담 등 숨가쁜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국내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한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대승적으로 제시했고, 악화일로를 치닫던 한일관계의 물꼬를 텄다. 3월 16일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데 이어 윤 대통령 방일 이후 52일 만인 5월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답방하면서, '한일 셔틀외교'도 12년 만에 복원됐다. 4월 국빈 방미 땐 북핵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골자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도출하는 성과도 이끌어냈다.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기간을 포함해 그 전후로는 G7(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 소속 국가 정상 대다수와 양자회담을 가지며 국제사회에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식량·보건·개발·젠더 △기후·에너지·환경 △국제 법치·안보 등의 주제로 열린 세 번의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 참석해 GPS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기시다 총리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공동 참배를 한 것에 대해선 양국이 과거사 치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와 한일 정상의 위령비 공동 참배 모두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엔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나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또 히로시마를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지뢰 제거 장비와 긴급후송차량 등 비살상 무기·장비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한 외교·안보 정책에서 벗어나 안보·경제에서 밀착하는 북한·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와 '가치 연대' 외교에 주력하면서, '전략적 선명성'을 더욱 분명히 했다. 자유와 민주, 시장경제, 법치, 인권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 주요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정부의 외교 비전인 '글로벌 중추 국가'(GPS·Global Pivotal State)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부 전직 고위 관료는 2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경제안보라는 개념의 등장으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는 이제 통하지 않게 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간 패권경쟁 격화, 중러의 북핵 제재 소극적 태도 등 대외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땐 '전략적 모호성'을 갖고 대처하기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전략적 선명성'이라는 좌표를 잘 찍은 것"이라고 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수개월간의 정상외교와 다자외교로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의 방향으로 한 발짝 전진했다"며 "더 나아가 글로벌 과제인 기후변화, 공적개발원조(ODA) 등 분야에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 북대서양조약구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 같은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 3~5월 한일·한미·한미일 정상회담 등 일련의 과정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전 세계에 명확하게 천명하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미일 밀착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북중러와의 관계 관리와 지금까지의 외교 행보를 어떻게 보다 더 구체적인 정책으로 드러낼 것인지는 남은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