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승리에 보톡스 업계 ‘흔들’...소송전 판 커졌다
입력 2023.02.13 11:36
수정 2023.02.13 11:45
대웅-에볼루스, “나보타 수출 문제 없어”
메디톡스 소송 예고에...휴젤·휴온스 ‘반박’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소송전에서 승기를 잡은 가운데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권오석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피고 대웅제약이 원고 메디톡스의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도용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400억원에 대한 손해 배상과 함께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고 균주 폐기 및 기생산 제제 전량 폐기를 명령했다.
재판부가 대웅제약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를 명하면서 10일 대웅제약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9.35% 급락한 12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웅제약의 보톡스 ‘나보타’는 대웅제약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나보타 매출은 별도 기준 대웅제약 전체 매출의 5.3%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나보타의 사업가치가 대웅제약 전체 기업가치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하며 나보타 사업의 중요도를 언급했다.
이에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유럽 수출 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방어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유럽 등 해외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민사 판결은 주보(나보타 미국 제품명) 또는 누시바(나보타 유럽 등 제품명)의 생산과 수출, 또는 해외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에볼루스에 따르면 에볼루스는 ITC 소송전 이후인 2021년 2월 메디톡스와의 합의를 통해 양사 간 한국 소송 결과에 관계없이 에볼루스의 지속적인 제조 및 상업화를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대웅제약의 제조 권리와 에볼루스 상업화 권리가 보장된다는 주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나보타의 경우 미국 등 해외 판매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라며 “해외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상 사업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웅제약은 이날 민사 1심 판결문을 수령하는 즉시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항소를 통해서 1심의 ‘오판’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을 토대로 다른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국산 1호 보톡스 제조 기업 메디톡스는 국내 다른 보톡스 제조 기업들이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 보톡스 제조 기업은 대웅제약을 비롯해 휴젤, 휴온스바이오파마 등이 있다. 휴젤은 이미 메디톡스와 ITC 소송을 시작한 바 있다.
휴젤과 휴온스는 일제히 반박 입장문을 발표하며 방어전에 나섰다. 휴젤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소송은 당사와 무관하며 해당 소송 결과는 미국에서 메디톡스와 진행 중인 당사의 소송에 어떠한 장애도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온스 역시 “현재 보유 중인 균주의 유전자서열 분석을 완료했고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업체와 자사 균주의 전체 유전자서열은 2.1% 이상 다른 유전자 서열을 지니고 있어 학문적으로 동일 균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