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야구에 비선실세 필요없다” 팬들이 격분한 이유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2.12.16 15:01 수정 2022.12.16 15:33

성적과 인기 두 마리 토끼 잡은 류선규 전 단장 사퇴

비선실세 의혹 불거지자 팬들은 트럭시위 등 행동에 나서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진 SSG 랜더스. ⓒ SSG 랜더스

올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SSG 랜더스에 때 아닌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졌다.


SSG는 최근 단장 교체의 칼을 빼들었다. 프런트 업무에 능통한 류선규 단장이 자신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는 대신 김성용 퓨처스 R&D센터장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한 것.


이를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단장직에 오른 류 전 단장은 추신수에 이어 올 시즌 김광현까지 데려오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올 시즌 SSG는 통합 우승은 물론 인천 연고 구단으로는 최초로 관중 동원 1위라는 성적과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류 전 단장의 공헌이 지대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 측은 단장을 교체했다. 자진 사퇴라 발표됐지만 허울뿐인 명분임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졌다.


공식 직함이 없는 인물이 구단 안팎의 사무를 주무르고 김성용 단장의 선임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팬들은 그동안 소통을 즐기던 정용진 구단주의 SNS에 몰려가 해명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은 “여기는 개인적인 공간이다. 소통이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라는 말뿐이었다.


SSG 구단 측도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비선 실세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문 역할을 해 주시는 분 중 한 분"이라고 전했다.


해명은 의혹을 더욱 부채질했고,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 마냥 팬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곧바로 행동에 옮긴 SSG 팬들은 신세계 및 신세계 백화점 본점 등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 중이다.


트럭 전광판에는 "인천 야구에 비선실세 필요없다 신세계의 인맥야구 아웃" "배테랑 단장 내쫓고 비선실세 바지단장 앉히는 정용진 구단주" "홈 관중 1위 랜더슨 팬분들 감사합니다. 비선실세와 바지단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등장했다.


팬들의 트럭 시위. ⓒ 뉴시스

사실 인천 야구팬들이 이번 논란에 강경 대응하는 이유는 그동안 경험했던 ‘야구로 인한 상실감’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은 야구의 뿌리가 처음 내려진 ‘구도’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프로 출범 후 그 어느 지역보다 다사다난함을 경험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약체팀이었던 인천 연고 프로팀들은 현대 유니콘스로 탈바꿈한 뒤 첫 우승을 경험하는 등 비로소 전성기를 맞는 듯 했다. 하지만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현대는 1999시즌 후 갑작스레 연고지 이전을 발표했고, 이때 인천 야구팬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2000년대 들어 인천에 뿌리를 내린 SK 와이번스는 스포테인먼트를 앞세웠고 2000년대 후반에는 왕조로 거듭나며 돌아섰던 팬들의 마음을 다시 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경질을 둘러싼 잡음, 그리고 지난해 갑작스런 구단 매각은 또다시 팬들을 울린 사건들이었다.


6번째 인천 연고 구단이 된 SSG 랜더스는 빠르게 혼란을 수습했고 마침내 KBO리그 최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야구 사랑이 남다른 정용진 구단주는 청라돔 건설 등을 발표하며 인천 야구팬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선보이고 있다.


‘비선’이라 함은 권한을 휘두르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논란이 된 인물은 전문 야구 경영인도 아니며 능력을 검증받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라도 구단이 그릇된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이 부분을 인천 야구팬들이 걱정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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