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보이콧" 엄포 놓았지만…민주당, 방법론 놓고 고민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2.10.25 04:10
수정 2022.10.25 04:10

고위전략회의선 '전면 불참'에 무게

전례 없는 방식이라 실정법 위반

논란에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아

25일 오전 의총서 최종 방침 결정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당은 25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다시 한 번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어서, 다른 안이 채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공개 고위전략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긴급 의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고 결의했다. 다만 이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가 다소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긴급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치를 파괴하는 윤석열정권의 태도와 야당 압살의 상황 속에서 결코 대통령 시정연설을 용인할 수 없다"며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고 민주당 의원들이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정권의 기습적인 야당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탄압하고 국정감사를 방해하는 침탈행위임을 다시 한 번 의원들 간에 재확인했다"며 "헌정사에 다시 없을 야당을 향한 막말을 포함해 여러 부당한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대통령 시정연설에 박수라도 치라는 것인지 야당으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수용할 수 없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어떤 형태로의 '수용 거부'가 될지는 내일(25일) 오전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며 "내일 오전에 또다시 긴급한 비상 의원총회가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처럼 다소 불분명했던 행동 방침과 관련해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서는 '처음부터 불참' 쪽으로 무게를 실은 셈이다. 그간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해 야당이 △침묵시위 △피케팅 △중도퇴장 △야유 등으로 대응한 적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아예 불참한 전례는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피켓을 내걸고 침묵시위를 하거나 일부 의원이 중도 퇴장하는 등으로 불만을 표한 적이 있었다. 반대로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는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이 의석마다 피켓을 붙이거나 근조 리본을 패용하고, 일부 야유를 보내는 방식으로 항의한 적이 있었다.


최종적인 대응 방안은 25일 오전 9시부터 국회본청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릴 의원총회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국정감사 보이콧과 참석을 놓고서도 의총장 내에서 논란이 있었듯이, 전례없는 시정연설 전면 불참에 대해서는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이견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회법 제84조 1항에서는 '예산안에 대해서는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들을 수 있다'는 재량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시정연설 청취는 입법부의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라고도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대독을 시키지 않고 입법부를 존중해 직접 시정연설에 나서기로 한 만큼, 취임 첫해 시정연설부터 전면 불참은 실정법 위반 논란을 부를 뿐더러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된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시정연설이 다소 지연될 정도로 의총에서 심사숙고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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