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상태' 이재명 체제 앞 다섯 가지 쟁점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2.09.02 00:00 수정 2022.09.02 00:07

검찰 소환 응할까…불응 확률 높아

이재명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면

추석 앞두고 '차례상 민심'에 영향

"전쟁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실 김현지 보좌관으로부터 이와 같은 보고 문자를 받았다. 검찰이 백현동·대장동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출석요구를 해왔다며, 상황을 "전쟁"이라고 규정한 문자다.


사정 당국이 전당대회에서 선출된지 나흘밖에 되지 않은 제1야당 대표를 소환하면서, 정국은 실제로 '전시 상태'로 바뀌었다.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도 빠르게 '전시 체제'로 전환할 전망이다.


'전시 상태'를 맞닥뜨린 이재명 체제 앞에는 △소환에 응할 것이냐 △'사법 리스크' 현실화에 따른 당내 내홍 가능성이 있느냐 △체포동의안이 상정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로 반격할 수 있느냐 △그밖에 야당의 어떠한 역공 카드가 존재하느냐 등의 질문이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번 검찰의 출석요구는 지난 3·9 대선에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선거범은 초단기 공소시효 6개월을 적용받는다. 법적 상태를 빠르게 확정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오는 9일로 만료된다. 6일로 지정된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면 재소환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공소시효 관계상 피의자 조사를 하지 않고 검찰이 기소를 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가 소환에 응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보는 관측이 나온다. '망신주기' '흠집내기'라는 것이다. 소환에 응해서 6일 '포토라인'에 서면, 9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의 이른바 '차례상 민심' 최대 화두가 이 대표의 검찰 소환이 돼버린다.


경향(京鄕) 민심이 뒤섞이는 추석 연휴를 통해 윤석열정권의 실정과 집권여당 국민의힘 내홍이 '차례상 민심' 화두가 되기를 바랐던 민주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라도 소환 불응은 확실시된다는 관측이다.


기소시 대표 직무정지되나…'아니오'
당헌상 '부정부패 혐의 기소'에만 해당
선거법 위반은 해당없음 문언상 명백


소환에 불응하면 검찰은 오는 9일 공소시효 만료 이전에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보자며 이재명 대표를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가 기소되면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셈인데, 그렇다면 이 대표의 당직이 직무정지될까. 답은 '아니오'다.


지난 8·28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 논란이 됐던 민주당 당헌 제80조 1항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고 돼있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을 때만이 대상이다. 개정된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다.


이번에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소환한 혐의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다. 기소되더라도 부정부패 관련 혐의가 아니다. 당헌 제80조 1항의 문언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당내 비(非)이재명계 비주류에서도 공세에 나설 명분이 없다.


게다가 이재명 대표는 불과 나흘 전에 77.8%라는 압도적 득표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아직은 흔들 명분이 없다. 지금 '흔들기'에 나선다면 이른바 '수박'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이번 소환만 한정해서 보면 직무정지 논란이나 당내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체포동의안 본회의 상정 가능성 있나
이번 건은 희박, 다른 사안으로는 가능
72시간 이내 표결 불발로 폐기될 듯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일은 일어날까. 당장 이번 건으로는 소환에 불응하더라도 체포동의안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는 그 성격상 증거인멸이나 '말맞추기'가 불가능해 피의자에 대한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출석요구의 대상이 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외에도 여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장동 의혹 △위례신도시 의혹 △백현동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이 그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초단기 공소시효 탓에 급하게 출석요구가 이뤄졌고 재소환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일반적인 공소시효를 적용받은 다른 사건들은 소환에 이어 응하지 않으면 재소환, 재소환에도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청구 등이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


이재명 대표는 현직 국회의원이다. 회기 중에는 헌법 제44조 1항에 의해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는다. 마침 이날 정기국회가 개원했다. 12월초까지 100일간 회기가 이어진다. 회기가 끝나더라도 민주당은 단독으로 바로 임시국회 소집요구를 할 수 있다. 비(非)회기 중 체포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검찰이 법원에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영장은 국회로 이송된다. 국회는 영장을 접수하면 본회의에서 영장 발부 사실을 보고하고, 보고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동의안을 표결한다.


원내 압도적 다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수도 있지만, '그림'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된다. 체포동의안이 상정되는 것 자체가 이재명 대표에게 정치적 타격이 되고, 이것을 당 소속 의원들이 똘똘 뭉쳐서 부결시키는 것은 '방탄국회'처럼 국민들에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회의 일정은 관례상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를 해야 한다. 민주당 원내대표가 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개회가 곤란하다.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 김진표 의장이다.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보고되더라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방탄'이라며 강력 반발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정국 경색과 국회 마비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동훈 탄핵'으로 역공 나설 여지는?
직무집행에 위법 문제삼아야 하는데
'보복'으로 비쳐질 수 있어 고민될 듯


이재명 의원실의 김현지 보좌관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출석요구를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전쟁에서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검찰의 야당탄압·정치보복 수사를 명분으로 제1야당이 검찰을 소관기관으로 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에 나서는 등 역공을 펼칠 가능성은 있을까.


헌법 제65조 1항에 규정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의 위배 사실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주장했던 한동훈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이었다. 상위법령인 법률에 위배된 시행령을 통해 불법적으로 검찰 수사권을 복구하려 하는 위법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출석요구를 한 지금 상황에서 한동훈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면 마치 한 장관 탄핵소추가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한데 대한 보복성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국민들이 오해할 여지가 있다.


물론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는 '검수원복' 시행령 등 한 장관의 위법한 직무집행 주장을 기재할 것이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사유가 어떻든 간에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 소환에 대한 보복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프레임'이 나빠지는 것이다. 이 대표 소환으로 한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이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민주당 반격 카드?…김건희 끌어낼듯
국조 관철, '김건희 특검' 강행 처리 등
오석준 대법관 후보 부결 카드도 거론


그렇다면 민주당의 '반격' '역공' 카드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대통령실 이전·관저 공사 관련 국정조사 관철 △'김건희 특검법' 강행 처리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현 정권의 약한 고리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보석 지인 대여 의혹을 집중 공격하는 등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와 관련,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금은 '김건희 여사의 시간'이었다"며 "그런데 검찰의 소환 통보로 '이재명의 시간'이 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국면 전환을 재전환하기 위해서는 다시 김건희 여사를 전면에 끌어내야할 필요성이 있다. 민주당이 이미 발의한 대통령실 이전·관저 공사 국정조사 요구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이 내용의 대부분이다. 그간 국조는 여야의 합의로 시행해왔지만, 민주당이 국조요구안 강행 처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국조특위 구성에 불응하고 나서겠지만, 그 자체로도 김 여사 사안을 다시 전면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김건희 특검법' 강행 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 논란'이 부담이다. 이날 소환 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수사 중인 사안으로도 출석요구가 계속될 수 있어, 그 때마다 '방탄 논란'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강행 처리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끔 유도하거나 국민의힘이 특검 추천을 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특검법 집행을 방해하게끔 한다면, 김건희 여사를 '방탄' 한다는 똑같은 논리로 역공에 나설 수 있게 된다는 관측이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부결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면서 사법부에 대한 간접적인 위력 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


오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알려진 것보다 윤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는 게 드러났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의 사저 아크로비스타 인근의 한 주점 사진을 제시하며, 오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함께 종종 술자리를 가진 게 사실이냐고 추궁했고 오 후보자는 이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오 후보자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더라도 끊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기류는 부정적이다. 이날 열릴 예정이던 오석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도 연기됐다.


헌법 제104조 2항에 따라 대법관은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임명될 수 있다. 원내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임명동의안을 부결하면 오석준 후보자는 자동 낙마한다. 이는 윤 대통령에게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향후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할 경우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사법부에 대해서도 간접적인 위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4년 4·10 총선 이전까지 민주당이 원내 절대다수 의석을 유지한다. 이 때까지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5명의 임기가 끝난다. 오석준 후보자가 후임으로 제청된 김재형 대법관 뿐만 아니라 조재연·박정화·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임기가 총선 이전에 만료된다. 새 대법원장과 후임 대법관의 임명동의 여부를 민주당이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분명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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