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도 결국 검찰 출신…감독 기조 '유턴' 역풍 우려
입력 2022.06.08 09:59
수정 2022.06.08 10:00
'윤석열 사단' 이복현 내정
금융사 검사 강화될까 촉각
새 정부의 첫 금융감독원장에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내정되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 원장이 내세웠던 친시장 기조의 감독 기조가 검찰 출신 금감원장으로 인해 강화 쪽으로 유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주요 직책에 검찰 출신들이 잇따라 중용되면서 편중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사 감독의 칼을 쥔 금감원 수장에까지 친정부 성향의 검사가 임명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신임 금감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가 내정됐다. 금감원장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 제청 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내정자는 1972년생으로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2006년 대검 중수1과장으로 현대차 비자금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를 담당했을 당시 차출됐고,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에도 함께 했다. 지난 4월에는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사태가 터지자 지휘부를 직격하고 검찰을 떠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금융권은 앞으로 이 내정자가 금감원을 이끌게 되면 금융사에 대한 검사·조사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내정자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어 검찰 내부에서도 금융 범죄 수사 전문가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불과 몇 달 전에 내놨던 친시장 행보에 전면 재조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올해 1월 종합·부문검사를 정기·수시검사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한 검사·제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사의 업무는 물론 인사, 예산까지 샅샅이 훑던 저인망식 종합검사는 금감원이 쥔 가장 날카로운 칼로 인식돼 왔다. 종합검사 대상이 된 금융사는 그 자체만으로 문제가 있는 회사로 낙인찍혀 왔다. 정 전 원장이 종합검사 시스템에 메스를 들이댄 것만으로 시장 친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온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검찰 출신 인사가 금감원장을 꿰찼던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 원장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고, 직전 윤석헌 전 원장도 한국은행 연구위원 출신의 경제학자였다. 시민단체 출신인 김기식 전 원장도 있었지만, 대부분 금융 전문가가 금감원을 이끌어 왔다.
일각에서는 라임·옵티머스·신라젠 사태 등 옛 여권 연루 의혹이 불거졌지만 단순 금융 범죄로 수사가 일단락됐던 사건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1호로 공언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되면서, 금감원과의 공조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금융이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염려도 여전하다. 특히 새 정부 요직을 잇따라 전직 검사들이 꿰차면서 이런 부정적 시선을 더욱 짙어지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에 검찰 내 핵심 측근으로 꼽혔던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을,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박성근 전 서울고검 검사를 임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새로운 검사 방향이 반년도 안 돼 손질되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고, 검찰 출신 원장이라는 영향력까지 더해질 경우 금융시장에서 법조계 인사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