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한 달 만에 5% 추락…원·달러 환율 1500원 접근
입력 2024.12.29 10:05
수정 2024.12.29 10:05
원화 가치가 최근 한 달 동안에만 5% 넘게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에 바짝 다가가며 금융위기 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정치권의 불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등이 맞물려 조만간 환율이 15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7일 장중 1486.7원까지 오르다 야간 거래 마감 기준 1470.5원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 후반까지 뛴 건 2009년 3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른 원화 가치 절하 폭은 주요국 통화들 중 일본 엔화 다음으로 가장 컸다. 지난 27일 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달 말과 비교해 5.03% 떨어졌다.
이같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같은 기간 ▲유로(-1.48%) ▲파운드(-1.29%) ▲스위스프랑(-2.42%) ▲호주달러(-4.72%) ▲캐나다달러(-2.88%) ▲역외 위안(-0.70%) ▲대만달러(-0.93%) 등보다 훨씬 컸다. 원화보다 가치 절하 폭이 큰 통화는 일본 엔화(-5.23%)뿐이었다.
환율은 미 대선 전후로 빠르게 상승했다.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의 공약으로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달러 강세를 촉발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탄핵 정국 등은 불안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번 달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일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순식간에 1442.0원까지 치솟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탄핵당한 지난 27일에는 1480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단기적으로 15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권식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재료가 딱히 없어서 1500원선으로 갈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며 "트럼프 정권 출범과 탄핵 정국이 맞물리면서 외교적 공백과 함께 신인도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하고, 외환보유고 감소 흐름 속 외환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도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국내 거시경제 불안, 트럼프 무역정책에 대응할 리더십 부재, 투자자의 원화 자산 회피 등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