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규제 대응' CD 급증…대출금리 인상 '부채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2.04.21 06:00
수정 2022.04.20 10:41

4대銀 30조 돌파…1년 새 3배↑

차주 이자 부담 가중 요인 우려

국내 4대 은행이 발행한 양도성예금증서(CD) 규모가 최근 1년 새 세 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권의 금융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시행돼 온 각종 규제 완화 조치의 종료가 임박하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CD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출 이자율의 기반이 되는 CD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지난해 말 CD 부채 잔액은 총 30조446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86.7%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19조8264억원 증가했다.


CD는 은행의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해 발행하는 무기명예금증서로 금융 시장에서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한 상품이다. 통상 금융기관 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장성 CD와 창구에서 판매하는 대고객 CD로 나뉘는데, 은행은 대부분 시장성 CD를 발행한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신한은행의 CD 부채가 16조399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76.0%나 늘었다. 하나은행 역시 6조3810억원으로 CD 부채가 4195.2% 급증했다. 국민은행도 4조1157억원으로, 우리은행은 3조5501억원으로 각각 66.7%와 72.3%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은행권이 CD에 주목하는 이유는 규제 환경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이후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조치를 시행하면서, 은행권의 자금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예대율과 유동성 규제 등을 완화해 적용해 왔다. 그런데 이제 본격적으로 이를 정상화하기로 하자, 대응책으로 CD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의 CD 확대 배경으로 꼽히는 요인은 우선 예대율 규제다. 예대율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비교해 대출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100%를 넘기면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예대율이 통상적인 기준인 100%를 벗어나더라도 5%p 이내면 제재를 면제하는 예대율 적용 유예 조치를 오는 6월에 종료하기로 했다.


CD는 정기예금과 연계된 특성 상 보유량 중 일정 부분을 예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즉, 은행들로서는 충분한 CD를 통해 예대율 가이드라인 변경에 어느 정도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CD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또 다른 원인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다. LCR은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끌어올리고자 도입된 제도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00%를 넘겨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이 같은 하한선을 85%로 인하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올해 6월 말부터는 단계적인 정상화 과정을 밟기로 했다.


LCR 관리 차원에서도 CD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안정성이 높은 자금 조달원인 CD가 많을수록 LCR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CD 발행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리는 치솟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91일물 CD 금리는 1.51%로 지난해 말보다 0.22%p 높아졌다. 2020년 말과 비교하면 0.85%p 급등한 수치다. 1년여 만에 금리가 두 배 넘게 올랐다는 얘기다.


문제는 CD 금리가 상승할수록 대출 금리도 오른다는 점이다. 은행이 단기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산정할 때 CD 금리를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권의 CD 발행 확대로 관련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부채의 부담을 한층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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