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대출 부실 압박에도…통 큰 이자 할인 '키다리 아저씨'
입력 2024.12.30 06:00
수정 2024.12.30 09:25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어려움에
中企 지원 리스크도 몸집 불려
그럼에도 차주 부담 완화 '앞장'
IBK기업은행이 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부실이 한 해 동안에만 1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길게 이어진 고금리 여파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진 탓에, 이들을 지원하는 국책 금융 기관인 기업은행이 받는 압박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어떤 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출 이자를 많이 깎아주면서, 중소기업의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가 돼 주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기업은행의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3조90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5%(1조215억원) 늘었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기업은행이 떠안고 있는 기업대출 리스크는 다른 대형 은행들과 비교해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시중은행에서의 부실도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개별로 보면 많아야 1조원 정도인 수준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관련 고정이하여신은 총 4조521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 34.2% 증가했다. 은행별 규모는 ▲국민은행 1조1836억원 ▲농협은행 1조471억원 ▲신한은행 6743억원 ▲하나은행 6106억원 ▲우리은행 5365억원 순이었다.
이렇게 부실이 꿈틀대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져 온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대출을 끌어 쓴 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올해 8월까지 유지해 왔다.
여기에 더해 기업은행이 유독 많은 기업대출 부실채권을 품고 있는 건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특수 은행이라는 역할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도 대출을 내주다 보니, 그에 따른 위험도 더 많이 감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이 이처럼 대출의 질 관리에 애를 먹고 있음에도 누구보다 기업대출 이자를 대거 감면해 주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다른 모든 은행을 합친 액수의 여섯 배가 넘을 정도로 이자 할인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은행이 기업대출 차주의 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해 감면해 준 대출 이자는 650억원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8개 은행의 총합은 105억원에 그쳤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대출을 받은 차주의 신용 상태가 개선되면 금융사에 대출 이자를 감면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권리다. 2018년 12월 금융사의 금리 인하 요구권 안내 의무를 부과하는 은행법과 보험업법 등이 개정된 이후 이듬해 6월부터 시행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은행의 특성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뿐 아니라 여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시중은행들 입장에서도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