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5G 주파수 40㎒ 추가할당 요청…분쟁 ‘점입가경’(종합)
입력 2022.01.25 16:05
수정 2022.01.25 20:22
SKT, 40MHz폭 주파수 추가 할당 요청으로 '역공'
경쟁사 ‘불공정’ 호소에도…무리한 진행으로 잡음
이동통신 3사가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추가할당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추가 할당 자체는 2018년 5G 주파수 경매 당시 이미 예고된 바였으나, 서로 다른 장비 제조사간 성능 차이 등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주파수 할당 계획을 성급하게 밀어붙이면서 잡음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 전 경매에서 빠진 20MHz폭, 예고된 갈등
SK텔레콤은 25일 LG유플러스 외 다른 이통사도 동일 조건의 5G 주파수를 확보한 뒤 경매를 진행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3.4~3.42기가헤르츠(GHz) 대역 5G 주파수 추가 할당은 특정 사업자인 LG유플러스만 이득을 보기 때문에 공정성을 상실했다”며 “이통 3사 가입자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뒤 경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LG유플러스에 20메가헤르츠(MHz)폭 5G 주파수 추가 할당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은 그럴 거면 공평하게 20MHz씩 총 40MHz폭의 주파수를 더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현재 이통 3사는 5G 추가 할당 주파수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란은 2018년 5G 주파수 경매로 거슬러간다. 당시 3사는 경매를 통해 SK텔레콤 100MHz, KT 100MHz, LG유플러스 80MHz폭을 각각 가져갔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LG유플러스가 부당하게 적은 대역을 가져간 것 같지만 이는 치열한 경매의 결과였다. 돈을 가장 덜 쓴 LG유플러스가 가장 적은 폭을 가져간 셈이다.
다만, LG유플러스도 믿을 구석은 있었다. 정부가 혼간섭 문제로 유보한 20MHz폭을 언젠가는 경매에 붙일 게 뻔했고 과거의 경매 사례를 미뤄봤을 때 정부가 이를 LG유플러스에 돌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정부는 경쟁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LG유플러스에 주파수를 추가 할당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귀중한 주파수 자원을 놀릴 수 없고 결국 주파수 추가로 품질이 좋아지면 이용자들에게도 좋은 것 아니냐는 논리다.
경쟁사들 “LGU+만 쓰는 외산 장비 성능 좋아 걱정”
문제는 경쟁사들이 괜히 경쟁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통 3사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또 연간 종합평가를 통해 정부의 5G 품질 성적표를 받는다. 속도와 커버리지 등 순위가 딱딱 매겨지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회사의 통신 품질 가늠자가 될 수 있어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런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더 가져가 자칫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이 생기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평가에서 속도만 놓고 봤을 때 SK텔레콤이 압도적 1위였고 2위와 3위는 KT와 LG유플러스였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돈을 덜 쓰고 주파수를 덜 산 LG유플러스가 갑자기 추가 주파수로 이득을 보는 게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유일하게 외산 장비를 쓰는 LG유플러스가 해당 대역을 가져가면 속도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게 경쟁사들의 가장 큰 걱정이다.
SK텔레콤과 KT는 자신들이 쓰고 있는 삼성전자 장비와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LG유플러스만 사용하는 외산 장비의 성능 차이를 문제 삼고 있다. 주파수 대역의 특성과 국내 기술 개발 현황을 고려했을 때 주파수를 추가로 가져가는 LG유플러스만 좋은 속도를 낼 게 뻔하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기본적으로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추가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만약 가져가게 되더라도 가장 민감한 문제인 장비 간 속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역 사용 제한 등 추가 조건만은 반드시 달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광동 KT 정책협력담당은 최근 관련 토론회에서 “LG유플러스가 20MHz 폭을 가져가면 20~30% 속도 격차를 발생시킬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럴 방법이 없다”며 “주파수 묶음기술(CA·Carrier Aggregation) 등의 기술을 활용해도 2~3년의 시간이 소요돼 실질적으로 불합리한 경매다”라고 토로했다.
SK텔레콤도 이날 “인접대역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은 주파수 할당 즉시 기존 단말로 혜택을 누릴 수 있으나 원격대역인 나머지 두 통신사 고객들의 경우 통신사가 주파수를 획득하더라도 현재 CA 지원 단말이 없어 혜택을 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가 2월 출시하는 ‘갤럭시S22’부터 해당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지만 이용자들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2024년이 돼야 적정 수준의 기능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새우등 터졌는데…“역차별 억울”
여기서 SK텔레콤과 KT도 성능이 뛰어난 문제의 외산 장비를 쓰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이통사들이 5G 장비업체를 선정하던 2018년은 미·중 무역분쟁이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미국이 외산 장비 업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국내 이통신사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회사의 장비를 쓰지 말라고 경고하는 상황이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이미 5G와 연동해서 써야 하는 롱텀에볼루션(LTE)에서 외산 장비를 도입해 사용 중이었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그런 이유로 정부에 상반기까지 LG유플러스의 수도권 주파수 사용에 제한을 걸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보안 이슈 등을 이유로 국산 장비를 선택했음에도 역차별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SK텔레콤의 추가 할당 요청으로 정부는 허를 찔린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임기 말 무리하게 주파수 추가 할당을 서둘렀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SK텔레콤 측 요청에 따라 해당 주파수 대역 할당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다음 정권으로 논의가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이날 신청한 3.7GHz 이상 대역은 고정위성용으로 분배돼 있어서 추가 할당이 가능한지부터 확인이 필요한 상태다. 정부가 클린존 도입을 통해 2021년 이동통신용으로 쓸 수 있도록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클리어링(간섭 제거)이 완료됐는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또 미국에서는 해당 대역과 인접한 전파고도계에서 간섭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항 주변에 5G 기지국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검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혁신실장은 “이날 추가 요청한 주파수 대역 클리어링이 완료됐는지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는 없으나 2021년까지 이동통신용으로 쓸 수 있도록 확보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추가 할당이 가능한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상황에 따라 LG유플러스 요청 주파수에 대한 수도권 사용 제한 등은 재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SK텔레콤의 주파수 추가 할당 요청에 대해 KT는 “회사도 고객편익 향상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으며 LG유플러스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공문을 통해 요청한 추가할당 건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과 정책을 토대로 관련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검토해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