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자금줄 역할?…재벌 일가부터 금융권까지 술술 풀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1.09.29 11:09
수정 2021.09.29 11:17

사업 초기 SK 최기원 역할론 왜

2017년엔 금융권서 6천억 대출

“자금지원 우연치곤 시의적절”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천문학적 부동산 개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의 적절한 자금 지원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초반에는 재벌 오너 일가가 구원투수로 등판했고, 사업이 가시화하자 금융사들이 수천억원의 대출로 힘을 보탰다.


이처럼 자금줄이 술술 풀려 나간 화천대유의 행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대장동 개발이 이른바 잘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업임을 보여주는 반증이란 해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회사가 설립된 2015년을 비롯해 2017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대장동 사업 부지를 담보로 컨설팅사인 킨앤파트너스로부터 457억원을 빌렸다.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에 댄 자금의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나온다. 최 이사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명목으로 킨앤파트너스에 626억원을 빌려줬다. 최 이사장이 사실상 화천대유의 사업 초반 자금줄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당초 킨앤파트너스는 화천대유에 돈을 빌려주면서 연 6.9~13.2%의 이자를 받기로 했다. 그러다 토지 보상 절차가 마무리되던 2017년부터 금리가 13.2~25%로 높아졌다.


그런데 2018년 킨앤파트너스는 이 같은 대출금을 화천대유에 대한 투자금으로 전환했다. 그 대신 화천대유는 직접 시행하는 대장동 택지 2곳인 A1·2블록의 분양 수익 전액을 킨앤파트너스에 지급하기로 했다.


킨앤파트너스가 이를 통해 화천대유로부터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은 800억~1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렇게 수익금을 받으면 킨앤파트너스는 다시 최 이사장에게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 납부를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잘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업 반증?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에 빌려준 돈을 투자금으로 전환하자 금융권이 새로운 자금줄로 등장했다. 화천대유가 출범 초기 정지 작업을 벌이는 동안에는 킨앤파트너스가 든든한 뒷배가 돼 줬다면, 대장동 개발의 시행권을 따낸 뒤 본격적인 사업을 벌이게 된 시점부터는 금융사들이 등장한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2018년 9월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h수협은행, NH농협생명, 동양생명, 하나생명, DB손해보험, 미래에셋캐피탈 등 9개 금융사에서 3년 계약으로 총 6060억원을 대출 받았다. 연 금리는 계약에 따라 4.75% 혹은 4.25%로 매겨졌다.


화천대유가 금융권 대출을 끌어 쓴 2018년은 대장지구의 시행사 선정 작업이 끝나고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던 해다. 대규모 공공 개발의 사업권이 담보 역할을 한 셈이다.


자금력에 힘입어 화천대유는 승승장구했다. 출자금이 5000만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6971억원, 당기순이익이 1734억원까지 치솟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자금 동원 과정 때문에라도 화천대유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짜인 각본대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면, 그 만큼 업계에서 대장동 개발의 사업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는 의미여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신생 회사에 너무도 적절한 타이밍마다 자금이 공급되는 흐름은 우연이라기엔 너무 시의적절하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공공개발 사업이란 특수성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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