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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의 '노무현 트라우마'?…與지도부 앞서 '당청 분열' 경계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1.05.15 09:30
수정 2021.05.15 15:12

"당청 긴밀한 공조 하에 '원팀' 당부"

인사 정국 '엇박자' 지적 의식한 듯

과거 자서전서 당·잠룡 차별화 비판

송영길은 "정책에 당 의견 반영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며 송영길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여당 지도부를 향해 "임기 마지막이 되면 정부와 여당 간에 좀 틈이 벌어지기도 하고, 또 당도 선거를 앞둔 그런 경쟁 때문에 분열된 모습을 보였던 것이 과거 정당의 역사였다.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역대 대통령의 레임덕이 임기 말 '당청 분열'로 본격화됐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송영길 당대표 체제 출범 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인사청문회 과정과 '자격 논란'을 빚은 일부 장관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당청 간 '엇박자'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주목도는 상당했다.


전날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 등을 받았던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건 문 대통령의 '의중'으로 알려졌다. 그간 인사와 관련해 좀처럼 물러나지 않아 온 그가 '3명 중 1명은 내려놓아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를 끝내 수용한 걸 두고 '권력의 무게 중심이 청와대에서 민주당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즉 청와대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해왔던 여당이 이제는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모든 문제에서 똑같은 목소리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도 그 의견들이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깊이 있는 소통을 통해서 결국은 하나로 힘을 모아나갈 때 그런 모습들이 일관되게 지속될 때,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새 지도부가 우리 당을 잘 단합시켜 주시고, 또 그 힘으로 당·정·청 간에도 더 긴밀한 소통과 협력으로 국민들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당부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 전환 이후 마무리 발언에서도 "김부겸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국무위원들이 새 진용을 갖추고 여당 지도부도 최근 새로 출범한 만큼 남은 1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당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원팀'으로 노력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 앞서 진행한 김 총리 및 신임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후 환담에서도 '단합'과 '결속력'을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 대통령이 이처럼 당청 분열에 대해 경계하는 건, '노무현 트라우마' 때문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행성 성인오락물 '바다이야기' 사태 등으로 임기 초반부터 지지층 이탈을 겪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 집권 4년차에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선거에서 패배하고, 당내 갈등까지 불거지자 이에 대한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돌렸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고립은 당시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정동영 의원을 비롯한 여당 주요 인사들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탈당하면서 심화됐다. 당시 정 의원은 노 대통령을 향해 "독선과 오만에 기초한 권력을 가진 자가 휘두르는 공포정치의 변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가 외관상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고 차기 대선 전망은 어두워 보이니, 지도급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대통령-참여정부와 대립각을 세워가기 시작했다"며 "참여정부나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자기 입지를 다져보려는 속셈이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책에서 노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 결례 될 언행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차별화라는 행태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준다고 얼핏 생각할지 몰라도 짧은 생각"이라며 "결국 국민들은 넓고 길게 본다. 그런 행태에서 오히려 배신의 면모를 보고 실망하는 법이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자기부정이나 진배없다"고 했다.


취임 4주년을 맞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의 동 기간 지지율 중 가장 높지만, 노 대통령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박 후보자 자진 사퇴가 여권의 역학 관계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취임 일성에서 '당청 관계 재정립'을 공언한 송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낸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 "최소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에 한 번도 이번 과정에서 이견이 노출된 적은 없었다"며 "당내 여론과 대통령께서 생각하는 판단과 간극이 거의 없었다"고 못박았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문 대통령은 당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반적으로 당과 청이 이번 인사 국면에서 봤겠지만 소통을 잘했다"며 "그런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결정을 내린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향후에도 비서실장·정책실장·정무수석 중심으로 당·정·청 간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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