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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재건축? 미동도 없어요"…오세훈 훈풍, 목동은 아직 '남 얘기'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1.04.14 07:00
수정 2021.04.13 21:51

정비사업 규제, 서울시장 권한 밖…완화 가능성 '글쎄'

"내년 대선·지방선거 앞두고 성난 민심 외면하기 힘들 것"


목동 신시가지 일대 전경.ⓒ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오고 당장 목동 재건축이 속도를 낼 것처럼 떠드는데 실상은 전혀 달라요. 미동도 없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1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지만 목동 일대 아파트 분위기는 달랐다.


목동11단지는 지난달 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수행한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을 받으며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9단지에 이어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신 셈이다.


지난 1985년 중후반에 지어진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약 2만7000가구 규모)는 현재 재건축에 앞서 안전진단이 한창이다. 정비사업 첫 관문인 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재건축) 또는 E등급(재건축 확정)을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곳 단지들 가운데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단지는 6단지 한 곳뿐이다. 그 외 1·2·3·4·5·7·10·13·14단지 등은 1차 안전진단 통과 이후 2차 적정성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체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만큼 안전도 평가도 같은 수준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목동 신시가지 11단지 전경.ⓒ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11단지에 20년 이상 거주 중인 한 주민은 "서울시장이 바뀌고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거란 기대감은 없다"며 "오세훈 시장에 기대를 거는 것보다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민간 재건축이 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라고 답했다.


목동11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 관계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당장 사업이 속도를 낼 거라는 기대감보다는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이러한 민심을 쉽게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내 상가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오세훈 시장 당선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됐다면 인접한 12단지보다 호가라도 더 높은 매물이 나와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27평형대 기준으로 12단지는 15억5000만~16억원 사이에 매매가 가능하다면 11단지는 15억원 선에서 조정 가능한 매물이 하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목동9단지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9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재건축 관련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목동 신시가지 9단지 전경.ⓒ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이 주민은 "설사 오세훈 시장이 규제를 대폭 풀어서 재건축이 빨리 된다고 하더라도 강남, 여의도 등 더 오래된 아파트들이 우선이지 않겠냐"며 "일부 소유주 중심으로 사업을 앞당기려고 하는데 목동은 앞으로 20년은 더 있어야 재건축이 될 거라는 생각이 대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안전진단을 위해 세대별로 50만~100만원씩 갹출해 2억~3억원가량 비용을 마련했는데 안전진단도 탈락하고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라며 "안전진단을 재추진하자는 논의도 없지만 그렇더라도 당장 돈 걷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9단지와 인접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고 목동에 매수세가 이어진다는데 한 마디로 '거래 뚝'이다"라며 "추가 매물이 나오는 것도 없고 호가를 올리거나 급매로 내놓는 물건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 시장의 공약처럼 단기에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당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을 시장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전진단을 비롯한 대부분 재건축 관련 규제는 중앙정부 소관 법령과 고시에 규정돼 서울시장 의지만으로 풀어줄 수 없다. 여당이 절대다수인 국회와 서울시의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목동의 경우 당장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도 아닌 데다 오세훈 시장의 당선 이슈가 장기적인 집값 상승을 부추길 호재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이러한 시장 민심을 아예 져버리기 힘들어졌다"며 "내년 3월 대선까지 일각에선 규제완화, 일부는 규제강화를 주장하며 갈등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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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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