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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본격 경쟁 한복판에 놓여진 삼성전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1.04.13 14:09
수정 2021.04.13 14:09

바이든 대통령, 반도체 회의 참석...中 견제-인프라 구축 강조

양국 투자 요구에 균형 대응하고 자급론 대응 방안 수립 필요

외교력 필요 사안...글로벌 네트워크 갖춘 JY 부재 아쉬운 상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해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뉴시스/AP

미국이 정부 주재로 열린 반도체 대책 회의에서 자급론의 필요성과 함께 중국과의 경쟁 의식을 드러내면서 향후 빅 2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두 국가를 생산 기지이자 판매 시장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반도체 칩 부족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된 '반도체 화상회의'에 직접 참석해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여야 상·하원 의원 65명에게서 반도체 지원을 주문하는 서한을 받았다”며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 계획을 갖고 있다"는 서한 내용을 소개했다.


바이든의 이러한 발언은 그동안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대규모 투자와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 올리려는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 심리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고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도 없다"며 공격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반도체가 주요 인프라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지 현재의 일시적 수급난 타개가 아닌 국가적 인프라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뜻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내가 여기 가진 칩, 이 웨이퍼, 배터리, 광대역, 이 모든 것은 인프라"라고 규정했다.


이같은 발언은 반도체가 5세대이동통신(5G)·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미래 신성장 산업들의 필수적인 핵심 품목임에도 수입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현실을 구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 규모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지난 1990년 3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0여년만에 3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지난 2월 반도체를 희토류, 자동차용 배터리, 의약품 등과 함께 4대 핵심 품목으로 선정해 이들의 공급망에 대한 100일간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지난달에는 2조2500억달러(약 254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면서 반도체 제조 및 연구 지원 예산 500억달러를 포함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앞으로 반도체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만 한다는 인식과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삼성전자

이번 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모두 생산기지가 있고 양국의 주요 기업들을 고객사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투자 요구가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적 인프라로 인식하고 중국을 확실하게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터라 이래저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단기적으로는 안정적 공급망 구축 위해 동맹국가인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에 현지 투자를 유도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자국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 비중 확대를 통한 자급자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회의에 앞서 예상됐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 확대 압박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의 생산·판매 전략, 미국과 중국간 경쟁 속 대응방안 등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모두 안게 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일단 추가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미국 현지에 170억달러(약 19조2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고 주 정부들과 협의를 진행해 왔고 기존 생산시설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이 유력 후보지로 부상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견제 의지를 분명히 한 상황이어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추진 중인 양 대국 사이에서 균형감 있는 대응 전략이 더욱 요구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를 단행해 미국의 투자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게 되면 중국도 당장 삼성전자에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양국 모두 자국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자급론을 추진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의 반도체 생산과 판매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 당장 인텔이 지난달 파운드리 사업부 신설과 200억달러 투자를 통한 공장 건설을 발표하는 등 미국 내에서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 비중 확대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모두 놓칠수 없는 삼성전자로서는 양국이 반도체 경쟁을 넘어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줄타기를 잘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정치력과 외교력이 필요한 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상황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자료사진) ⓒ뉴시스/신화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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