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첫 발…규제대응 목소리 높인다
입력 2021.03.24 12:10
수정 2021.03.24 12:15
SK그룹서 펼친 사회적 가치 경영, 재계 확산 통해 반기업 정서 해소 기대
기업 발목 잡는 반기업 규제 완화, 네거티브 법제 전환 등 과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추대됐다. 그동안 SK그룹에서 펼쳐왔던 사회적 가치 경영을 재계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정부·정치권과의 스킨십을 통해 각종 반기업 규제 완화 등 경영환경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의 회장단 임시 의원총회에서 제24대 대한상의 회장으로 만장일치 추대됐다. 취임식은 오는 29일로 예정됐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23일 서울상공회의소 의원총회에서 서울상의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선출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최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 선출과 함께 정보통신(IT), 스타트업, 금융 업종에 속한 젊은 기업인들을 회장단에 합류시키며 미래지향적인 상의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박지원 (주)두산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 글로벌 대표,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 장병규 (주)크래프톤 의장 등 7명이 서울상의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우태희 대한·서울상의 상근부회장도 재선임됐다.
최 회장은 1884년 대한상의 출범 이래 4대그룹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회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창업 3세 체제로 재편된 재계에서 2세로서는 젊은 축에 속하는 최 회장이 재계 맏형 역할을 해왔던 만큼 그동안 경제단체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대기업 총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된다.
대기업 대표 단체였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대기업들의 탈퇴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동안 최 회장이 SK그룹을 통해 펼쳐왔던 사회적 가치 경영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전국 상공인들에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상의 회장을 맡으며 공석이 된 부회장 자리에 이형희 SK 사회적가치(SV)위원회 위원장을 합류시킨 것도 이같은 예상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대한상의는 최근 인사에서 기업문화팀 이름을 ‘ESG 경영팀’으로 바꾸고 조직도 강화했다.
최 회장 체제 하에서의 이같은 대한상의의 변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태원 회장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전임 박용만 회장 시절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반기업 규제 저지와 기존 불합리한 규제 완화, 보완입법 도입 등 경영환경 개선이다.
경영환경 개선의 최우선 과제는 당장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규제 개선이지만 현 정권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규제를 개선할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말부터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상법, 공정거래법, 노조법 개정안을 잇달아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법안 통과 저지에 실패했다. 재계 입장을 반영하는 데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단체들이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 효율적인 저지선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가장 유력한 경제단체이자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대화 파트너로 인정받는 대한상의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컸다.
최 회장은 현직 대기업 총수로서 각종 기업규제 법안의 폐해를 직접 체감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좀 더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등 추가적인 규제법안 대응은 물론, 기존 국회를 통과한 각종 규제법안에 대해서도 보완입법을 마련하도록 재계의 힘을 모아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역할을 최 회장이 수행해야 한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한 미래 먹거리 발굴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과 스타트업들의 도약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해소 법안 처리를 유도해야 한다.
산업계 숙원인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장기 미처리 법안은 물론, 재계의 의견 수렴을 통한 각종 규제해소 방안을 발굴해 정부와 정치권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만 법으로 정해 놓은’ 포지티브 법제를 뜯어고쳐 ‘법으로 금지하는 행위가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법제를 안착시키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는 전임 박용만 회장이 계속해서 주장해 왔으나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한 숙제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선출 직후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로 인한 단기적 충격과 구조적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올바른 경제정책 수립과 기업의 경영애로 해소에 기여해야하는 경제단체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과 국가의제 해결에 경제단체들이 좀 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한상의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최대한 수렴해서 구체적인 방법론들을 찾아나가겠다”면서 “전국상의 회장단 분들의 적극적인 발언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