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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냐 주말이냐"... 삼성 총파업 흔들 '결정문 한 줄'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19 11:07
수정 2026.05.19 11:07

法, 생산라인 유지 의무 일부 인정…총파업 자체는 금지 안 해

노 "휴일 인력만 유지하면 돼" vs 사 "평일은 평일 수준"

유지 인력 해석 따라 생산 차질 압박력 달라져

"휴일 수준으로 공장 운영 가능해" 노조에, 일각선 "자충수"


지난 4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파업 결의대회 현장.ⓒ데일리안DB

삼성전자 총파업이 임박한 가운데 법원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결정문 해석을 둘러싼 노사 간 충돌이 새로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주말·휴일 수준 인력만 유지하면 된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평일에는 평일 수준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해석에 따라 실제 파업의 영향력과 노조 전략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31부(재판장 신우정 수석부장판사)는 전날 삼성전자가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을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노조 측이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생산라인의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을 "평상시(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와 동일한 수준의 인력·가동시간·가동규모·주의의무로 유지·운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안전보호시설로 인정한 대상에는 방재시설과 배기·배수시설, 화학물질 공급시설, 전력공급시설, 관제시설 등이 포함됐다. 보안작업 역시 웨이퍼 변질 방지와 생산설비 손상 방지 등 반도체 생산라인 핵심 유지 업무가 포함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총파업 자체 금한 것은 아냐... "필수 유지 인력 몇명이냐"가 핵심

다만 이번 결정은 노조의 총파업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법원이 직접 제한한 대상은 안전보호시설 운영과 웨이퍼 변질 방지 등 일부 유지업무에 한정된다. 유지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의 파업 참여 자체는 막지 않았다는 의미다. 논란은 결정문 속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이라는 표현 해석에서 시작됐다.


노조 측은 해당 문구의 '또는(OR)'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초기업노조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마중은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는 '주말 또는 연휴' 인력도 평상시 인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주말 또는 연휴 인력 수준으로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 논리대로라면 평일 파업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주말·휴일 인력만 유지하면 법원 결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법원 심문 과정에서 DS(반도체) 부문 약 7만8000명 가운데 약 7000명 수준의 유지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노조는 이보다 더 적은 휴일 수준 인력으로 공장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파업 과정에서도 상당 수준의 파업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계산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사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은 이러한 노조의 해석을 두고 "법원의 판단을 호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지를 통해 "법원이 말한 '평상시'란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평일에는 평일 수준의 인력을, 주말·휴일에는 해당 수준의 인력을 유지하라는 의미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특히 반도체 공장이 3교대 체제로 24시간 운영되는 장치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파업이 벌어지는 해당 요일의 평상시 운영 상태 자체를 유지하라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이 해석이 받아들여질 경우 노조는 평일에도 상당 수준의 인력을 현장에 유지해야 하는 만큼, 총파업의 실질적 타격력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결정에는 간접강제 조항도 포함됐다. 법원은 노조가 결정 사항을 위반할 경우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에 하루 각 1억원, 노조 위원장 개인에게는 하루 각 1000만원의 배상 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실제 파업 과정에서 유지인력 규모를 둘러싼 추가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제재금 부과 여부를 둘러싼 또 다른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생산 차질 가능성' 압박 수단 내세웠던 노조, 오히려 자충수?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노조 측 해석이 오히려 전략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파업 과정에서 생산 차질 가능성을 주요 압박 수단으로 내세워온 노조가 동시에 "주말·휴일 수준 인력만으로도 운영 가능하다"는 취지의 논리를 펴면서, 되레 총파업 실효성과 실제 필수 운영 인력 규모에 대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해석대로라면 평일에도 상당수 인력이 빠질 수 있어 파업 압박력이 유지되겠지만, 반대로 '최소 인력만으로도 공장 유지가 가능하다'는 논란 역시 커질 수 있다. 결정문 해석 하나가 총파업의 실제 영향력뿐 아니라 향후 협상 프레임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생산 차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일부 인력만 빠져도 생산 속도 저하와 공정 운영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화될 경우 고객사 대응과 공급 일정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노조가 실제 생산 차질을 만들어낼 수준의 압박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노조는 "총파업 동력 유지 및 파업 참여 4만명"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은 평일 수준 유지 의무가 인정될 경우 실질적 파업 타격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법원 해석과 실제 현장 운영 방식에 따라 총파업의 체감 강도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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