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 기후변화가 '농축수산물' 가격 끌어올렸다
입력 2021.03.04 10:28
수정 2021.03.04 10:28
소비자물가 1.1%↑, 1년만에 최고
농축수산물 10년만에 최고 상승
파 227.5%↑·달걀 41.7%↑
2월 소비자 물가가 1.1% 오르며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내내 발생했던 긴 장마와 태풍, 한파 등 급진적인 기후 변화에다가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 명절 수요 증가까지 겹치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4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0(2015년=100)으로 작년 동월 대비 1.1% 올랐다. 지난해 2월(1.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9월 1.0%를 나타낸 후 10월(0.1%), 11월(0.6%), 12월(0.5%), 올해 1월(0.6%)까지 0%대에 머무르다 다시 1%대로 올라섰다.
특히 농축수산물 물가가 기후 변화와 명절 수요가 겹쳐 치솟으면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정현 통계청 물가동향과 과장은 "긴 장마와 태풍, 한파 등 지난해 내내 발생한 이상기후가 작황 부진을 일으키며 농축산물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은 16.2% 오르며 2011년 2월(17.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중 농산물은 1년 전보다 21.3% 뛰었다. 2011년 1월(24.0%)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특히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에 파 물가가 227.5%나 뛰었고 사과도 55.2% 올랐다. 고춧가루(35.0%), 쌀(12.9%) 등도 크게 올랐다. 축산물 역시 14.4% 올라 2011년 6월(16.1%)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달걀의 경우 AI 피해로 공급은 줄었는데 명절 수요는 늘어나면서 41.7% 뛰었고, 돼지고기(18.0%), 국산쇠고기(11.2%) 등도 많이 올랐다. 수산물은 1.9% 상승했다.
전기·수도·가스는 5.0% 떨어졌다. 연료비 연동제 시행으로 하반기부터 유가 하락분이 반영된 영향이 주효했다. 공업제품도 0.7% 내렸다. 석유류는 6.2% 내렸는데, 최근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전월(-8.6%) 보다 하락세가 둔화했다. 다만 가공식품은 1.2% 올랐다.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 전기·수도·가스를 포함한 상품 가격은 1.9% 올랐다.
서비스는 0.5%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1.6%를 나타냈고, 이 가운데 외식 물가는 1.3%, 외식 외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퓰은 1.7%였다. 무상교육 등 정책 영향에 공공서비스는 2.1% 떨어졌다. 집세는 한 해 전보다 0.9% 오르며 2018년 3월(0.9%)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전세와 월세 상승률은 각각 1.2%, 0.5%를 나타냈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내 수요 증가 때문에 식료품·비주류음료가 9.7%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오락·문화(-0.7%), 통신(-1.2%), 교통(-2.0%), 교육(-2.9%) 등은 떨어졌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0.8% 올라 세달 연속 0%대 상승률을 보였다. 신선식품지수는 18.9% 올라 지난해 10월(19.9%) 이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체감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1.2% 올랐고,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0.3%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산물과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상승 폭이 커졌다"며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요인이 있어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다는 예측은 가능하나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