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경쟁 열 올리는 민주당 VS 서울시장 경선 불 붙은 국민의힘
입력 2021.02.09 06:00
수정 2021.02.09 05:29
與, 이른 대선 공약 경쟁? 복지정책 두고 신경전
野, 서울시장 선거에 사활…뜨거운 경선 분위기
'여야 서로 다른 선거 치르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번 선거를 정권교체의 교두보로 생각하는 야권에서 내부 경선으로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여권은 이른 대권 경쟁의 막을 올리면서다.
8일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복지 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사실상 차기 대선 공약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금처럼 경제의 구조적 침체와 저성장 극복이 주요 과제인 시대에는 복지 확대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를 겨냥해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정책에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내놓은 '신복지체제 구상'을 알리는데 힘을 썼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생활기준2030은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당이 처음으로 내놓은 국가 비전"이라며 "기존 복지 제도에서 빠졌거나 들쭉날쭉한 것을 채우고 맞추며 플랫폼 노동자와 1인 가구 증가와 같은 사회 변화에 부응하는 제도를 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불평등이 커지고 사회안전망의 불충분함이 드러났을 때가 새로운 복지제도를 추진해나갈 적기라고 볼 수 있다. 국민생활기준2030 범국민특위 설치를 제안드렸다.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을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대권 경쟁에 가세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이 지사가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는 월 5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이런 게산을 몰라서 주장하시는 것은 아닐 테다. 건강하고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의 경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권의 시선은 대권 주자들에게 향해 있다는 평가다.
이와 비교하면 야권은 이번 재보궐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야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위한 경쟁은 연일 치열해지고 있다.
유력 주자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지난 총선 책임론, 김명수 책임론 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나 후보를 겨냥해 "강성 보수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의 투톱이 당을 운영한 결과가 지난해 총선 결과였다"면서 "그 모습을 유권자들이 많이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안철수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나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당시 안 대표가 이끌던 옛 국민의당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생할 때부터 우려가 많았는데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분이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이다. 당시 국민의당이 30표 정도를 몰아주면서 통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대체 안철수 후보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2017년 김 대법원장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단연코 안 후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고 가세했다.
그는 "당시 안 후보는 김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우리(국민의당) 의원들이 사법부의 독립, 그리고 개혁을 위한 결단을 내려줬다'고 말했다"며 "이제와서 안 후보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의지가 없다고 얘기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국민의당 측은 "인철수 후보에 뒤집어씌우기다"며 반발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나경원·오세훈 후보는 비합리적인 남탓으로 돌려까기를 잘하는 후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김 대법원장의 잘못을 안 후보에게 뒤집어 씌우기를 시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과 비교하면 차기 대권주자들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서울시장 주자들의 움직임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는 모습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의 대권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이 서로 각자 다른 판에서 다른 선거를 치르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읽힌다"며 "이같은 분위기가 서울시장 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흥미롭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