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코로나 금융지원 '외면'…비대면 과실만 '쏙'
입력 2020.12.02 06:00
수정 2020.12.01 11:48
소상공인·이차보전·새희망홀씨 등 공적 대출 모두 불참
시중은행 온라인 출시에도…"점포 없어 불가능" 핑계만
카카오뱅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서민을 위해 국내 은행들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각종 금융지원 대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를 들며 동참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워 왔지만, 시중은행들이 속속 관련 상품을 비대면으로 내놓으면서 이런 해명은 점점 무색해져만 가는 모습이다. 도리어 코로나19를 계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모바일 대출에서는 두각을 드러내면서, 카카오뱅크가 금융의 사회적 역할은 외면한 채 잇속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올해 코로나19 이후 취약 계층 지원 차원에서 공동으로 출시하거나 취급을 늘리기로 한 서민 금융 상품은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과 이차보전 대출, 새희망홀씨 대출 등이다.
우선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개인사업자들에게 2~4%대의 저금리로 최대 2000만원 한도에서 긴급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출이다. 4대 시중은행인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을 비롯해 특수은행인 NH농협·IBK기업은행과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등 지방은행을 더해 총 12곳에서 해당 상품을 다루고 있다.
아울러 이차보전 대출은 소상공인들이 보다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돕는 상품이다. 대출 금리 중 1.5%만 차주가 감당하고 나머지 이자의 80%는 정부가, 20%는 은행이 부담하는 코로나19 특수 대출이다.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은행들과 더불어 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두 곳까지 총 14곳이 이차보전 대출을 시행 중이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이전부터 존재한 상품이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 용도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은행들이 공급을 강화하기로 한 케이스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연소득이 3500만원 이하이거나,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이 4500만원 이하인 차주들이 최고 금리 연 10.5% 이내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상품이다. 새희망홀씨 대출 역시 이차보전 대출에 동참한 은행들이 모두 함께하고 있다.
눈에 띄는 지점은 이런 금융지원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은행 명단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이 모두 빠져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선을 끄는 카카오뱅크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며 대출 영업 자체가 중단돼 있어 금융지원 참여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꾸준히 대출을 확장하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 왔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지원 대출에서 빠져나간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인터넷은행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현장 영업점이 없어 오프라인 대출 심사가 힘들다는 측면과 더불어, 기업금융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까닭에 소상공인을 상대로 대출을 취급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금융지원 불참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우선 오프라인 점포가 없다는 제한 사항은 이미 유명무실해졌다.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소상공인 금융지원·이차보전·새희망홀씨 등 모든 코로나19 지원 대출을 실행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접촉의 위험이 커지자, 은행들은 이제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에서도 관련 대출의 신청부터 실행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금융지원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아직 기업금융 시장에서 진출하지 않은 탓에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소상공인·개인사업자 대출에 나설 수 없다는 주장도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얼마 전부터 개인사업자 대출 판매에 나선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이를 개인대출로 구분해 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업자등록증 확인 등을 통한 개인사업자 대출을 실행 중이다.
그렇다고 규제 장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관련법 상 인터넷은행은 법인에 대한 대출이 제한되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은 예외적으로 허용돼 왔다. 혁신금융의 상징과도 같은 인터넷은행의 가치를 살리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원을 나 몰라라 하는 카카오뱅크의 행보를 둘러싸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코로나19 이후 활성화하고 있는 비대면 금융 바람의 수혜를 톡톡히 입고 있는 현실은 이런 볼멘소리를 더욱 크게 만드는 대목이다. 모든 상품을 비대면으로 파는 인터넷은행으로서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은 한껏 누리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 말 대출 잔액은 18조7300억원으로 지난해 말(14조8803억원) 대비 25.9%(3조8497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대출이 929조120억원에서 1017조6301억원으로 9.5%(88조6181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세 배에 가까운 증가율이다. 이에 힘입어 올해 3분기까지 카카오뱅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859억원으로 전년 동기(154억원) 대비 457.8%(705억원) 급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도 어느덧 영업 5년차를 맞이했고, 그 동안 꾸준한 외형 성장을 통해 신생 은행의 티를 벗고 있다"며 "이제 금융의 공적 역할에도 힘을 보탤 때가 됐음에도, 이에 대해서만큼은 인터넷은행으로서의 한계를 거론하는 모습이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