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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들어오라"…서울시장 '시민후보 구상' 신경전 시작됐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11.20 00:00
수정 2020.11.20 05:14

이혜훈 "문 열려 있는데 그냥 들어오면 된다"

'3지대 시민후보' 노리는 금태섭 겨냥 견제구

'2단계 단일화' 구상 놓고 야권 신경전 본격화

이혜훈 국민의힘 전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정례 세미나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정책공약 구상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고, 그 당내 후보와 제3지대 후보가 '시민경선'을 통해 시민후보를 선출한다는 '2단계 단일화' 구상을 놓고 신경전이 예열되고 있다.


이혜훈 국민의힘 전 의원은 19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문 열어놓고 있는데 그냥 들어오면 된다"고 '2단계 단일화' 구상에 강력한 견제구를 던졌다.


이 전 의원은 이날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의 주제발표를 통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열어놓고 있는데 그냥 들어오면 된다"며 "누구든지 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견제구는 스스로를 제3지대 후보로 비정해 '2단계 단일화' 구상을 노리는 게 분명해보이는 당밖의 금태섭 전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태섭 전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보수다' 강연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바로 입당해서 당내 경선을 하는 것은 어떤 설명을 거쳐도 국민 보기에 좋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와 내 역할을 깊이 고민해 감당할 일이 있으면 감당하겠다"며 "국민의힘 자체 역량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들어오려면 들어오라'는 태도인지, 야권 전체가 힘을 합치자는 방침을 정하는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밝히되,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통해 박영선 후보를 선출하고,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를 한 '모델'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대권주자 중에서는 이혜훈 전 의원과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이 "경쟁을 국민의힘에서 같이 해보면 좋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반면, 금태섭 전 의원과 한때 정치를 같이 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대1로 싸우면 불리하다"고 바라봤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정치활동 재개를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경선준비위원회가 그런 분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8대2로 국민 비중을 높인 것 아니냐"며 "금태섭 전 의원이 서울시민을 위해서 국민의힘과 같이 정치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유승민 "그런 분 받아들이려 국민 비중 높였다"
안철수 "1대1 대결 힘든 상황…야권 힘 합쳐야"
금태섭, 자녀 재산 소명…'시민후보' 뚜벅뚜벅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왼쪽 세 번째)이 18일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보수다' 초청 강연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실제로 '2단계 단일화'는 구상만 그럴싸할 뿐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갖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적지 않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박원순은 좌파의 대부였기 때문에 민주당 박영선 후보, 민노당 최규엽 후보와 단일화를 한 뒤, 모두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 하나 되어'를 불러도 전혀 어색할 게 없었다"며 "금태섭 전 의원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그런 그림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러울지는 생각해볼 일"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금태섭 전 의원이 '박원순 모델'에서 스스로를 박원순 전 시장의 위치로 비정하는 것 같다"면서도 "만약 '2단계 단일화'가 잘되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분열해서 선거에서 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대로 '2단계 단일화' 구상이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인사들도 상당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대1로 대결을 하면 힘든 상황인데, 경선에만 돌입하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가 힘을 합칠 방법을 찾아보고 선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도 "당내 인사만으로는 안되고 '야권 빅텐트'를 쳐야 한다"며 "1차 경선 때는 당원들이 후보를 뽑게 하고, 2차 때는 당밖 인사들까지 포함해 국민경선을 해서 시민후보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오신환 국민의힘 전 의원은 아예 국민의힘 범위를 넘어선 보궐선거 기획단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오 전 의원은 "제3지대에서 야권 시민후보 선출을 위한 공동기획단을 꾸려볼 필요가 있다"며 "안철수 대표든 금태섭 전 의원이든 '원샷'으로 시민후보를 내자"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0일 오신환 전 의원이 이끄는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에서 국민의힘·국민의당 의원들이 함께 하는 '국민미래포럼' 초청으로 특강을 한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후보를 내기 위한 구상에 대한 언급이 이뤄질지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금태섭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자녀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일각의 의문에 대해 소명했다. "선거를 앞둔 의문 제기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의문에 답해야할 의무를 가진 이는 후보자 뿐이라는 점에서, 서울시장 '시민후보'의 지위로 다시 한발짝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금 전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공인의 재산과 신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필요가 있을 때마다 적절한 방법으로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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