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흥행 타율 높은 정치 실화 영화…'이웃사촌' 이어갈까
입력 2020.11.16 09:01
수정 2020.11.16 09:08
실화를 기반으로 작품은 창작된 이야기보다 진실과 감동이 주는 힘이 클 확률이 높다. 영화 속 극적인 사건이 픽션이 아닌,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었다는 점이 관객들의 공감과 유대감이 크게 작용한다. 또 결말이 예측 가능하지만 실화 사건을 중심으로 주변을 다양한 영화적 장치를 설정한다면 또 다른 재미를 가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극장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치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 '공작' '남산의 부장들'이 근현대사 속 실제 사건과 인물을 기반으로 한 영화로, '역사가 곧 스포'라고 불리지만, 관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영화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1981년 군사독재 정권 당시 발생한 부림 사건에서 학생을 변호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개봉 전부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란 소식에 많은 화제를 모았다. 정치 영화로 판단돼 별점테러를 당하기도 했지만 주연 송강호를 포함해 곽도원, 임주원, 김영애 등 배우들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고, 정치적인 영화의 선입견에서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영화라는 입소문을 타고 고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일반 관객까지 흡수하며 1137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택시 운전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알린 독일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에 갔던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로 1218만명의 관객으로 역대 흥행 영화 순위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가슴 아픈 현대사를 비극보다는 웃음과 감동, 희망으로 그려내며 다양한 관객층으로부터 공감을 얻었다는 평이다. 1980년 5월 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었거나 기억하고 있는 중장년층이 존재했고, 교과서나 책, 미디어 등 미디어를 통해 알고 있는 젊은 세대 관객들에게 그날의 민주화 운동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유가 있을 수 있다는 울림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란 메시지가 고르게 전달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1987'은 6월항쟁의 발단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의 이한열 최루탄 피격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이희준가 주연을 맡고 강동원, 설경구, 여진구가 주요인물로 특별출연했다. 주요 인물들을 하나하나 조명해 민주 항쟁이 한 인물이 끌어간 것이 아닌, 여러 인물의 선택과 결심으로 인해 완성된 사건임을 보여줬다. '1987' 개봉 당시, 2016년 10월부터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시위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을 때로, 30년이란 시간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하는 메시지가 관통해 723만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올해 초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79년 10월 26일 오후 7시 40분,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과 1970년대 정치공작을 주도하며 시대를 풍미한 중앙정보부 부장들의 행적들을 영화로 담아냈다.
'남산의 부장들'은 비약적인 경제적 발전을 이룬 반면, 드러나지 않았던 한국의 어두운 역사를 정면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호평을 얻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국내에서 첫 발견됐을 시기 개봉했음에도, 47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제93회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이웃사촌'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택구금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돼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때부터 견제를 받았던 야당 정치인이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으로 망명됐다가 1985년 제 1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귀국했지만 곧바로 가택연금을 당한 배경이 영화의 소재로 쓰였다.
영화에서는 대통령 선거로 설정됐지만 실제로는 국회의원선거 때문이었고, 출마가 아닌 신민당의 총선승리를 위해 활동했다. 이같은 배경을 알고 영화를 관람하면 '이웃사촌'을 더 구석까지 즐길 수 있지만 극중 이의식(오달수 분)을 도청하던 정보부 팀장 대권(정우 분)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게 되면서 교감하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이웃사촌'도 앞서 언급된 정치를 기반으로 한 실화 대표작 사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