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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할많하당] 라임發 '이전투구'…두 번 상처 입는 투자자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11.12 07:00
수정 2020.11.11 21:17

금감원, 라임펀드 판매한 증권사 CEO 중징계 결정…소송전 비화 가능성 제기

'라임 비위' 연루된 당국 내부통제 비판…보상안 미결정에 피해자 고통만 가중

라임펀드 피해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자보호 분쟁조정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감독원 재제심의위원회가 지난 10일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대표이사(CEO)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했다. CEO들을 포함한 임원들은 모두 중징계를 받았다. 1조6679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발생시킨 라임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경영진들이 내부통제를 마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박정림 KB증권 현 사장을 비롯한 CEO들은 직무정지와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각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들에 대한 징계가 확정될 경우, 이 움직임은 소송전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은 낯설지 않다. 올해 1월 원금손실이 발생했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의혹으로 문책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징계취소를 취지로 한 행정 소송을 제기해 법률다툼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사간에 소송으로 인한 이전투구가 본격화된 셈이다.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책임은 운용 및 판매사 뿐만 아니라 제재 주체인 금감원에도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과 관련해 판매사들에 대한 징계제재 논의에 들어가자 한 증권사는 "금감원의 감독강화 실패와 안일한 대응으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야기됐다"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내부통제 부실을 문제 삼아 라임 펀드 판매사 CEO를 중징계한 금감원이 실제로 정작 사태에 연루된 전·현직 직원들의 비위를 막지 못하면서 위의 말은 현실이 돼 나타났다. 조사 결과 김 모 전 금감원 팀장은 라임의 전주(錢主)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뇌물을 받고 라임펀드의 검사 정보를 빼돌렸다.


라임펀드를 검사했던 금감원 수석조사역은 룸살롱에서 김 전 팀장을 만나 유흥을 즐기고 라임 검사 관련 내부 문건을 전달했다. 결국 금감원은 주요 임무인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놓고 판매사 제재에만 열을 올려, 본인들의 잘못을 떠넘기려 한다는 노골적 비판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금감원의 이 같은 부실과 책임 떠넘기기가 결국 실제 투자자금 손실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7월 2018년 11월 이후 해외 무역채권 등에 투자하는 '플루토 TF-1호' 펀드 고객에게 투자금을 전액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지난 2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플루토 TF-1호에서 기초자산의 예상 회수율이 50~68%에 그쳤음에도 100% 보상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라임 해외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크레딧인슈어 1호'는 아직까지 분쟁조정 비율이 결정되지 않았다. 실사 과정이 진행 중이고, 판매사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따져볼 부분이 있어서라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옵티머스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금감원이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 펀드 회수율을 추산한 결과 전체 펀드 판매잔액(5146억원)의 7.8~15.2%(401~783억원)에 불과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이 역시 기약 없이 보상을 기다리고 있는 옵티머스 피해자의 멍든 가슴을 한 번 더 세게 내려치는 이야기다.


결국 금감원은 이번 라임 사태로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하나는 내부통제에 실패하면서 펀드부실을 키운 책임을 판매사 대표들에게 전가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보상안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 고통 받는 피해자들을 제대로 감싸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했으면 100% 전액 배상 받았을 텐데 똑같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라도 크레딧인슈어드 등 배상이 진행되지 않은 다른 펀드에 가입해 고통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것이 라임펀드 가입한 것이다"


라임 펀드에 가입했다 큰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매주 월요일 진행되는 시위 현장에서 뱉은 분노 섞인 말이다.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라고 불리는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어쩌면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넓어질지, 어디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사건에는 아직까지도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펀드로 돈을 잃은 피해자들은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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