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사모펀드 사면초가…"공익감사 받으라" 목소리 커져
입력 2020.11.02 06:00
수정 2020.10.30 15:02
'아군인줄 알았던' 親정부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공익감사 요구
감사대상 '옵티머스 조력행위 여부' '진정민원건 각하 이유' 등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부실감독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감사원 공익감사 요구까지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모펀드 국감'으로 불린 국정감사를 마친 금감원이 또 다시 넘어야할 산과 마주한 형국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금감원의 사모펀드 사태 관련 감독 부실에 대해 감사원의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통상 감사원은 현장 조사를 거친 뒤 공익감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미 지난 7월부터 금감원의 관리 감독 준수 실태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에 있다. 현재 감사는 금감원에 대한 현장 감사를 마친 뒤 보고서를 작성해 감사위원회에 부의하는 등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는 '저승사자'로 군림하는 금감원이 공직사회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감사원 공익감사 앞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금감원의 감독‧검사에 떨어온 금융사들 사이에선 "이럴 때 역지사지를 느껴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감사원 공익감사는 공공기관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업무 처리로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국민 300명의 공익감사 청구가 있으면 감사원은 감사를 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금감원 입장에선 이번 감사가 그동안 친(親)정부 성향으로 불린 시민단체들이 제기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선 사실상 정부여당이 금감원에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론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공익감사 청구 내용을 보면, 사안에 따라 금감원이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이들은 공익감사 청구에서 ▲옵티머스 펀드의 문제를 인식했음에도 계속 펀드가 판매된 것에 대해 금감원이 적절한 검사 및 감독을 하지 않은 원인과 경위 ▲금감원이 2018년 4월 이혁진의 옵티머스펀드에 관한 진정민원건을 각하 처분한 것에 대한 원인과 경위 ▲금감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사에 대해 한 조력행위의 존재여부 등을 감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이번 원전 감사를 통해 '뚝심'을 보여준 최재형 감사원장이 또 한번 금감원을 둘러싼 비위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7년에는 채용비리와 내부자 주식 거래 문제 등으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으며 매서운 칼날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감사원은 금감원의 채용 비리 사실을 적발해 검찰 수사 의뢰는 물론 면직, 정직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또 금감원 직원 50명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주식거래를 하거나 거래를 할 수 없는 비상장주식을 사들인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을 때마다 사과문을 쓰거나 임원이 교체되는 등 몸살을 앓아야 했고, 감사 이후 검찰의 손에 넘겨진 일부 직원들은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원이 사모펀드 사태 관련한 분야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어떻게든 건수를 찾아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언론에 나온 각종 의혹만으로도 금감원이 치명상을 입지 않겠나. 금감원이 지금이라도 빨리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바꿔야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