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실질가치 17년 만에 최저…엔화는 역대 최저로
입력 2026.07.26 11:21
수정 2026.07.26 11:21
6월 원화 실질실효환율 82.99…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아
7월 원화 강세 전환…주요 20개국 통화 중 상승률 1위
엔화 약세 지속에 원·엔 환율 2년 만에 880원대로 하락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원화의 실질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다만, 7월 들어 원화가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실질 가치도 반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6월 실질실효환율은 82.99(2000년 수준=100)로, 전월보다 1.75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79.31)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국제 교역에서 원화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하락할수록 해당 통화의 실질 가치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떨어졌다는 의미다.
6월 실질실효환율 하락폭은 내국인 해외 주식 투자가 크게 늘면서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해 11월(87.23·전월 대비 -1.92p)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55.2원까지 치솟았고, 6월 평균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1527.95원을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1626.7원) 이후 2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원화의 실질 가치는 BIS가 집계하는 64개 통화 가운데 일본 엔화(65.3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일본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실질 가치가 하락하면서 BIS 통계가 집계된 1994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매달 경신하고 있다.
올해 5월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달 다시 0.73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를 경신했다.
원화와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으로 64개국 중 나란히 63·6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달엔 실질 가치 추이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5일 새벽 마감한 야간거래에서 전 거래일보다 15.7원 내린 1458.5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145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5월 7일(1456.0원)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이달 들어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강세를 보인다.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6.24% 상승해 주요 20개국 통화 중 가장 많이 올랐다.
반면 엔화 가치는 0.83% 하락하면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163.986엔까지 올라 164엔에 육박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24일 기준 100엔당 889.83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까지 엔화와 함께 약세 흐름을 보이던 원화가 이달 들어 강세로 돌아선 데에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대규모 달러 매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을 통해 조달한 약 265억달러를 순차적으로 원화로 환전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대규모 달러 공급이 외환시장에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당분간 국내에 달러 매도 우위 수급 환경이 유지되면서 원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중동 긴장 재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가 변수로 꼽힌다. 유가 상승은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대체 안전자산인 엔화가 약세를 이어갈 경우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도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