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둘 곳 없네'…'적자 김경수' 잃은 친문, 누구 점찍을까
입력 2020.11.08 00:01
수정 2020.11.08 06:14
친문 주자 부재…일단 '이낙연·이재명 양강'
친문 표심, 윤석열 맹비난하며 구애에 나선
이낙연에게 당분간 쏠릴 것이라는 관측 많아
정세균·임종석·유시민 제3주자 부상 가능성도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적자(嫡子)'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6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민주당 대권 구도는 당분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가 2심 결과에 불복해 상고 의사를 밝힌 만큼, 일부 친문 인사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내년 상반기 내에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다면 김 지사가 대선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거일 180일 전인 2021년 9월 10일까지 당내 경선을 거쳐 당 대선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 9일 치러진다.
PK(부산·울산·경남)를 지역구로 둔 친문계 한 의원은 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내년 상반기 이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겠느냐"라며 "김 지사의 결백을 인정받은 쪽으로 대법원 판결이 나온다면, 하반기에 시작되는 당내 대선 경선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선고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고,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김 지사는 지사직을 상실하고 형이 끝난 뒤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만큼, '제3의 주자'를 옹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세균 국무총리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제3의 주자가 부상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확실한 친문계 대선주자가 부재하고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 속에서 일단 친문 표심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보다는 이낙연 대표에게 쏠릴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당내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거칠게 경쟁한 이력을 갖고 있는 만큼, 강성 친문 지지층은 여전히 이 지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대표는 8·29 전당대회 전후로 지속적으로 '문재인정부 계승'을 외치고 있고, 거센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하는 등 "문재인정부와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는 신호를 친문에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가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하기로 한 것은 정치 생명을 걸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정부는 물론이고 자신의 대권주자로서의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문재인정부와 한 배를 탔으니, 끝까지 같이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평소 절제된 언행을 고수하던 이 대표는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며 '문재인정부 엄호'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수사와 관련해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중요 정책"이라며 "이에 대한 사법적 수사는 검찰이 이제 정부 정책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며 "검찰은 위험하고 무모한 폭주를 당장 멈추라"고 경고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월성 원전 1호기 문제는 문 대통령 퇴임 후에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평소 강경 발언을 자제하던 이 대표가 월성 1호기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강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친문 일원으로서 문 대통령 퇴임 후까지 책임지겠다'는 신호를 친문에게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