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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파업으로 미래발전계획 걷어찬 한국GM 노조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11.06 12:20 수정 2020.11.06 12:49

부평공장 2150억원 추가 투자, 파업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철회

트레일블레이저 공급 차질로 시장 및 GM 본사 신뢰 잃어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돈보다 미래발전계획이 더 중요하다’던 한국GM 노동조합의 외침은 그저 명분 쌓기에 불과했던 것일까.


부평공장에 2150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글로벌 신차 생산 체제를 갖추려던 한국GM의 계획이 노조의 파업으로 6일 전면 보류됐다.


이번 투자계획은 지난 2018년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 차원의 회생방안에서 제시된 투자와는 별개의 것으로, 부평공장의 물량 부족에 대비해 미래발전방안을 제시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따라 사측이 추가로 내놓은 것이다.


당초 창원공장에서만 생산할 예정이었던 GM의 글로벌 전략 CUV(다목적차량)의 공급 규모를 기존보다 높게 잡아 부평공장에서도 추가로 생산하기 위해 추가로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GM은 유보금을 쌓아놓고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다. 당장 생산과 판매를 통해 매출이 발생해야 투자에 소요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그 자금줄을 노조가 끊어놓았다.


한국GM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6만대 이상의 생산 손실로 심각한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와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해 7000대 이상의 추가적인 생산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노조가 6일부터 사흘간 추가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누적 생산손실은 1만2000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으로 매출이 줄어 현금이 돌지 않으니 투자 자금을 마련할 길이 요원하다. 파업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투자를 철회한 게 아니라 파업으로 돈줄이 말라서 투자를 못하게 된 것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부평공장 물량 확보를 포함한 미래발전계획이 가장 중요한 핵심 사안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래놓고 정작 스스로 미래발전계획을 위한 투자를 무산시켜버렸다.


노조는 나아가 올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돼 한창 신차 효과를 발휘해야 할 GM의 글로벌 전략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레일블레이저의 물량 공급 차질을 초래해 한국GM에 장기적인 타격을 입혔다.


이는 글로벌 GM 내에서의 한국GM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차기 신차인 CUV의 한국 생산 여부를 재검토하는 상황까지 불러올 수 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단기적인 피해라면, 시장과 모기업으로부터의 신뢰 상실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위협이다.


생산-판매-매출-투자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생명줄과도 같다. 이 생명줄을 스스로 끊어 놓고 나중에 살려달라고 아우성친들 누가 구원의 손을 내밀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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