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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성혜' 마포포럼, 야권 '붐업' 플랫폼 자리매김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10.30 01:00 수정 2020.10.30 00:12

김태호 "실력 평가받고 꼭 이기고픈 마음" 피력

'마포포럼' 플랫폼으로 대권 의지 연속 세 번째

정당의 틀·경계 넘어선 대권주자 붐업 플랫폼

김태호 무소속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태호 무소속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도리성혜(桃李成蹊)라는 말이 있다. 복숭아와 자두 나무는 열매가 맛나 그 밑으로 저절로 사람이 모이고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요즘 김무성 전 대표가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를 보면 도리성혜라는 말이 떠오른다는 지적이다. 대권주자에 이어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군들의 발길까지 모여들며 야권 '붐업'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김태호 무소속 의원은 29일 마포포럼에서 대권 도전의 의지를 피력했다. 마포포럼이 대권 도전 의지 피력의 장으로 활용된 것은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에 이어 연속 세 번째다.


김 의원은 이날 마포포럼 주제발표에서 야권의 대선후보 선출을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으로 할 것을 제안하며 "나 또한 그런 과정을 거쳐서 실력을 보이고 평가받고 싶은,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야권의 촉각을 곤두세우는 파격적 제안들도 마포포럼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이날 김태호 의원이 제안한 완전개방형 국민경선 외에도 오세훈 전 시장은 야권 대권주자들의 상설회의체인 '국가정상화 비상연대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원희룡 지사는 중도와 보수가 하나되는 대선 승리의 공식 '원+원, 원희룡 모델'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이 중 김 의원과 오 전 시장의 제안은 마포포럼이 아니었다면 달리 나올만한 공간이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태호 의원은 무소속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공식 플랫폼을 통해서는 아직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오세훈 전 시장의 제안도 국민의당이나 다른 무소속 대권주자들을 향해 있어 국민의힘 공식 기구를 통해서는 소화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이날 김 의원도 "무소속 상태보다는 친정으로 돌아가서 의지나 구상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사실상 침묵에 가까운 '로우 키' 행보를 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현실이 사실상 새 판을 짜는 마음으로 힘을 모아가야 하겠기에, 오늘 이렇게 (마포포럼의) 초대를 받아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야권내 촉각 집중시키는 제안들도 잇따라 나와
내달부터는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군도 초청
"당이 나설 수 없는 공간, 김무성 노련히 캐치"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5일 마포 현대빌딩에서 열린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5일 마포 현대빌딩에서 열린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보수 분열, 계파 다툼이나 정무적 판단 착오 등 과거의 과오를 당의 공식 기구·플랫폼보다 부담감 없이 고백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화해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도 마포포럼의 특징이다.


김태호 의원이 이날 오랜 침묵을 깨고 마포포럼을 통해 본격 대권행보의 첫발을 내딛었지만 사실 이는 의외의 측면이 있다. 김 의원은 마포포럼을 이끄는 김무성 전 대표와 새누리당 최고위를 함께 하던 시절, 심각한 악연이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여기 (김무성) 대표께 고백을 해야 하겠다"라며 "내가 김무성 대표 시절 최고위원을 하며 대표를 너무 힘들게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무성 대표 날리고 유승민 (원내)대표 날리면 그 다음은 누구겠느냐'라던 게 당시의 내 수준"이었다며 "모든 게 내 욕심이었다"라고 고해했다. 정치권의 시각에서 비춰볼 때, 매우 수위 높은 과거 반성이라는 분석이다.


김태호 의원의 주제발표를 경청한 김무성 전 대표도 "내가 공천권을 권력자로부터 빼앗아 국민께 돌려드리려 했을 때, '전략적으로 죽여야할 사람은 죽여야 한다'고 제일 많이 달려들었던 사람이 김태호 최고위원"이었다면서도 "김태호 의원이 크게 변화한 모습을 보여줘서 기쁘기 한량 없고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앞서 오세훈 전 시장도 마포포럼에서 자신의 정무적 판단착오로 꼽히는 지난 2011년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 진퇴를 결부시켰던 것과 관련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몸부림 치는 과정에서 실수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마포포럼은 내달 12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6일에는 유승민 전 의원을 초청해 주제발표를 청취한다. 이후에는 내년 4·7 보궐선거를 겨냥해 서울시장·부산시장의 후보군을 각 1인씩 초청해 계속해서 세미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지금의 야당이 공식 플랫폼을 통해 나설 수 없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김무성 전 대표가 노련하게 캐치한 것 같다"라며 "2022년 대선 뿐만 아니라 눈앞의 보궐선거 후보군을 '붐업'하는 플랫폼도 마포포럼이 맡게 되는 것 아니냐"라고 전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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