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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습독재 선호하는 文정권? 아제르바이잔에 34억 원조 계획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10.26 08:00 수정 2020.10.26 08:01

'2대 세습' 아제르바이잔, 영부인이 부통령

1남 2녀 중 아들에게 3대 권력세습 작업 관측

태영호 "대외원조 의사결정에 만전 기해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가 2대째 세습독재를 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에 내년 34억 원 상당의 원조 계획을 잡아놓고 있어, 현 정권의 대외원조 기준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아제르바이잔은 올해 9월부터 접경국인 아르메니아와 전쟁 중인데, 전쟁 중인 일방 당사국에만 원조 계획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예상된다. 지난해 1억6800만 원을 지원했던 아르메니아는 내년 원조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외교부·코이카 등의 종합감사를 앞두고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이카는 내년 아제르바이잔에 국가원조 및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34억75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을 잡아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제르바이잔은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부친 고 헤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대째 세습 통치를 하고 있다. 헤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은 구 소련의 붕괴 직후인 1993년부터 2003년 사망 직전까지 아제르바이잔을 다스렸으며, 아들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직후 권력을 승계해 현재까지 통치하고 있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의 부통령은 영부인인 메흐리반 알리예바가 겸하고 있으며, 영부인 겸 부통령과의 사이에서 둔 1남 2녀 중 아들 헤이다르 알리예프에게 권력을 물려줘 3대 세습을 노리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와 전쟁 돌입했는데
일방 당사국에만 내년도 원조 계획…논란 예상
올해 1억 원조한 아르메니아는 내년에는 빠져


아제르바이잔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자신의 집안에서 유리 메르코얀(64)씨가 의자에 주저앉아 있다(자료사진). ⓒ뉴시스/AP 아제르바이잔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자신의 집안에서 유리 메르코얀(64)씨가 의자에 주저앉아 있다(자료사진). ⓒ뉴시스/AP

코이카를 통한 ODA(공공개발원조) 사업 등의 의사결정을 할 때, 외교부가 해당 국가의 민주주의 정도나 자유·인권·시장경제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태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무상원조관계기관협의회 심의 과정에서 △수원국의 사업요청서 △타당성 조사보고서 △재외공관 기록 △정책연계성 △성과관리 계획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태 의원의 질의한 민주주의·시장경제·자유·인권 등 '보편적 가치'는 고려 항목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지난 9월부터 아르메니아와 전쟁 상태에 돌입했는데도, 전쟁의 일방 당사국을 대상으로만 원조를 하는 게 옳은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아제르바이잔은 국민의 93.4%가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2대 세습통치 국가이며, 아르메니아는 국민의 94.8%가 기독교를 믿는 국가로 지난 2018년 민주화 혁명을 통해 친서방 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했다. 양국의 전쟁과 관련해 프랑스와 캐나다는 아제르바이잔에 경제제재와 금수조치를 발동했다.


그런데 코이카는 내년도에 아제르바이잔에 대해서만 국가원조 및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34억75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을 잡아놓았다. 코이카는 올해에도 아제르바이잔에 19억5000만 원을 원조했다. 반면 아르메니아에 대해서는 올해 1억6800만 원을 원조했지만, 내년도는 원조 대상에서 빠졌다.


자칫 대외원조하다가 국제적 오해 직면할 우려
文정권 들어 급증한 원조예산 철저히 관리해야
태영호 "국민의 피같은 세금…부실관리 안돼"


아제르바이잔군의 포격으로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 소속의 '거룩한 구세주 대성당'이 크게 파괴돼 있다(자료사진). ⓒ뉴시스·AP 아제르바이잔군의 포격으로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 소속의 '거룩한 구세주 대성당'이 크게 파괴돼 있다(자료사진). ⓒ뉴시스·AP

현 정권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전쟁에 대해 아직까지 특별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 등 중립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도에 전쟁 일방 당사국에 대해서만 뚜렷한 기준 없이 원조 계획을 잡아놓은 것은 자칫 국제적인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신은 최근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의 전쟁 과정에서 우리 군이 개발한 대전차유도미사일 '현궁'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한 국제적 파장과 아르메니아와의 관계 악화 등이 우려되자, 방위사업청은 "아제르바이잔에 '현궁'을 수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처럼 미묘한 외교 관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분쟁 중인 국가 중 일방만을 대상으로 하는 원조 계획은 우려를 살 수 있으며, 뚜렷한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외 무상원조 예산은 현 정권이 들어선 뒤로 급증 추세다. 무상원조 예산은 2017년도에는 1조1755억 원이었으나,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는 1조6084억 원이 책정됐다. 4년 사이에 4329억 원이 늘어난 셈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ODA 사업이 부실하게 관리가 되면 자칫 우리 국민의 세금만 허투루 쓰일 수 있다"라며 "대외원조는 국민들의 피같은 세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외교부 2차관이 의장으로 있는 무상원조관계기관협의회 및 국무총리의 국제개발위원회에서 금액과 사업 내용에 대한 의사결정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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