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개미 약해지고 외인 입질도 미미...증시 단물 빠지나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0.10.26 05:00 수정 2020.10.23 17:10

개인 이달 1조8억원 내다팔아...외인도 최근 7거래일 2410억원 순매도

“4분기도 강한 매수세 기대 힘들어...외인 매수 쏠린 전자·소재 등 주목”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가운데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32.9원)과 같은 1132.9원에 마감했다.ⓒ뉴시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가운데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32.9원)과 같은 1132.9원에 마감했다.ⓒ뉴시스

국내 주식시장을 견인해 온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화되면서 증시 상승 탄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거침없는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 분위기가 가라앉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가는 연말까지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전망하는 한편,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부 업종·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1조8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월별 기준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매도 우위를 나타낸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개인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코스피에서 45조5354억원을 사들이며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해왔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7조4117억원, 20억8681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매수하면 지수가 올라가는 흐름이 이어진 가운데 이러한 매수세가 약해진 것은 이달부터다. 개인은 지난달 28일부터 10월 13일까지 8거래일 간 매도 행렬을 이어갔고 19일~21일까지 또 3거래일 연속 매도에 나섰다. 23일도 코스피에서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248억원, 372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2699억원을 순매도했다.


대주주 양도세 요건 강화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등이 부각되며 개인의 투자심리가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난제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인데 최근 신용융자 잔고 부담과 신용대출 규제 등이 매수세를 약화시켰다”면서 “연말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을 전망으로, 조정 국면이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조1192억원을 순매수 했다. 지난 3월 1286원까지 올라갔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1130원대까지 급락했다. 중국의 경기 회복 전망에 힘입어 위안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도 높아진 영향이다. 미국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달러 가치가 급락한 것도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이에 외국인의 귀환 가능성이 주목됐지만 외국인은 지난 22일 기준 7거래일 간 2410억원을 순매도 했다. 가파른 원화 강세와 비교하면 자금 유입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및 원화 강세로 우호적인 환율 여건이 조성되면서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 개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외국인 매수세는 전기·전자· 화학 등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특정 업종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짚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9387억원)다. 이어 LG화학(4970억원), 네이버(2279억원), 두산퓨얼셀(1536억원), 카카오(1224억원), LG전자(1023억원), 삼성SDI(954억원)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을 차지했다.


정 연구원은 “4분기는 계절적으로 외국인 수급이 활발하기 힘든 시점인 만큼 강한 매수세에 대한 기대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아직 국내 경제 펀더멘탈이 취약하다는 점이 외국인의 자금 순유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국내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기록하는 국면에선 원화 강세와 수출 호조가 동반됐다. 반면 원화 강세에도 낮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국면에선 주가는 완만한 상승세에 그친 바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국면에서 외국인 자금 유입을 동반한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기 위해선 수출경기의 회복이 필요하다”며 “현재 국내 수출 경기는 저점을 확인하고 반등 중이지만 아직 역성장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국내 수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중국본토 시장 개방으로 외국인의 관심이 분산된 영향이란 의견도 있다. 허 연구원은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그다지 사지 않고 있는 것은 외국인 보유 비중이 이미 상당히 높고, 중국 본토시장 개방으로 상대적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외국인의 매도 압력은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외국인이 일부 종목들에 매수세를 집중하고 있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증시의 상승 동력이 약해진 상황에선 이들이 관심을 갖는 업종에서 투자 전략을 찾는 것도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허 연구원은 “그나마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진정되고 있다”며 “외국인이 매수하고 있는 전자·소재·일부 소비재 업종이 상승 추세가 약해진 현 국면에서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