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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볼만 해?] '소리도 없이' 아름답고 기묘한 잔혹극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10.15 08:07
수정 2020.10.15 08:07

영화 '소리도 없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묘한 광경의 연속이다.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냄새나는 일상과 잔혹한 범죄가 꼭 한 몸으로 붙어 있어 선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소리도 없이' 강한 홍의정 감독의 패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시장통에서 장사를 마친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작업장이다. 그 곳에서 창복과 태인은 컬러풀한 캡을 쓰고, 우비를 입는다. 그리고 화장실 청소를 하듯 시체를 담고 피를 닦아낸다. 사람이 죽어가는 작업장 밖에서는 라면을 끓여먹으며 "남의 것을 넘보면 안된다"는 창복의 잔소리가 공기를 채운다.


이 영화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마블링처럼 엉켜있다. 사람을 묻으려 삽질을 하는 태인의 뒤로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 밝고 통통 튀는 음악이 삽입된다. 창복은 사람을 매장시킨 후 기도하며 하느님을 찾는다. 또 아이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계획을 짜는 장소는 놀이방이다. 네 명의 성인 남성은 어린이용 의자에 앉아 범죄 계획을 마치 식사 메뉴 고르 듯 주고 받는다.


아이를 납치해 태인의 집으로 가는 한적한 시골 길은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동화스럽다. 만약 '소리도 없이' 이 영화를 본다면 한 편의 힐링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기묘한 설정의 얼개는 관객이 기대하는 것들을 자꾸만 배반하게 만든다.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창복과 납치된 아이에게 정이 든 태인의 행동은 일말의 희망마저 앗아간다.


유아인은 대사 없이 표정과 행동으로 태인을 그려냈다. 말을 하지 않게 된 계기나, 창복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15kg 증량한 몸과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과거 어떤 삶을 살았는지 관객들이 반추할 수 있게 한다. '깡철이', '베테랑', '사도' 등 대표작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 반열에 '소리도 없이'를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제되지 않은 유아인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신인 감독의 용기와 감각이 어우러진 신선한 범죄극이지만, 대중성까지 모두 가져갈 수 있을지는 개봉 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개봉. 러닝타임 99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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